제약이 혁신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 인상주의로 대표되는 반 고흐는 우리에게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다. 그가 속한 인상주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시작을 알린 작가가 있다. 궁정화가 벨라스케스다. 그는 본업인 궁정화가로써 그림을 그리며,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도 그리고 싶었다. 궁정화가로서 그리는 그림은 시간이 정말 많이 들었다. 반면 그리고 싶은 그림은 그 외 시간에 짬을 내며 그려야 했기에, 시간 제약이 있었다. 그렇기에 즉흥적이고, 세밀한 묘사가 아니라, 과감하게 채색하며 페인팅으로 드로잉같이 그렸다. 이런 방법론과 그의 그림들은 인상주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며 인상주의 시작이 되었다.
적은 시간은 제약과 장애물이 아닌, 새 사조를 열어주는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그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새 패러다임을 여는 혁신이었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반대말은 메인 잡. 메인 잡이자 본업은 무엇인가?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는 게 아니라, 제안 PPT, 전략회의 후 건너야 한다. 선택하나의 무거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전쟁터이다. 죽으면 진짜 죽는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죽어도 된다. 죽음이 콘셉트인 게임이다. 게임을 잘 모르더라도, 밑에 있는 이미지는 한 번쯤 은 봤을 것이다. 다크소울이라는 게임인데, 난이도가 어려워 게임오버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오버될 때마다 아래 화면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유명해 짤방으로 인터넷에서 많이 돌아다닌다. 이 게임은 죽는 것이 핵심이다.
핵심은 죽는다고 기억이 초기화되는 것이 아니다. 죽은 경험이 누적되어, 처음에는 어려운 목표였지만, 몇 번 죽으며 레벨 업하면, 나중에는 쉽게 공략하게 된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죽어도 리스크가 적기에 죽어도 된다. 그리고 죽어도 된다는 걸 알기에, 안전하고 보수적인 길이 아닌 다양한 선택지가 펼쳐진다.
혁신은 다양성에서 나온다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 것이다. 다양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줄 세우기 했을 때 혁신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그놈이 그놈일 것이다.
본업은 결국 사업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해도, 직원 월급, 사무실 임대료 낼 돈이 없으면, 없는 가치다. 하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는 돈으로 치환되지 않아도 된다. 돈으로 치환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결과여도 괜찮을 때, 다양성이라는 결과물이 나온다. 다양한 결과물이 혁신인 것이다.
일반 회사 회의시간에 팀장이 "혁신적인 아이디어 없어요?" 해서 나오는 결과보다 사이드 프로젝트가 혁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지 않은가? 혁신은 기업문화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기업문화는 문화보다 기업이 우선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문화 그 자체이기에 혁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요즘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키워드가 뜨고 있다. 하지만 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네이밍조차 좋아하지 않는다. 사이드 프로젝트의 장점이 가벼움이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란 말도 그 무거움이 존재한다. 목적을 달성해야 된다라는 뜻이 있서이다. 목표에 가깝게 가지 못하면,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네이밍이 무안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사이드 프로젝트보다 한 차원 더 가벼운 모임이라는 말이 더 좋다. 모임의 뜻은 목적보다 모여있는 상황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목적이 없어도 되고 모여있기만 해도 된다. 사이드 프로젝트보다 더 가볍다. 우리 사이드 프로젝트해볼래? 보다 모임 한번 만들 자가가 더 가벼워 보이지 않나? 나 역시도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진작 망하고, 사람이 좋아서 모은 모임에서 오히려 수익이 나온다.
혁신은 사이드 프로젝트에서 나온다. 아니, 혁신은 사이드 프로젝트보다 더 가벼운 모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