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버스 Aug 29. 2023

인생의 암흑기를 걷는 중입니다

#1. 길이 사라진 당신에게

나는 성장했다고 생각했으나

여전히 20년 전의 나처럼 불완전하고 게으르며 겁이 많았다.


강단 없이 어설픈 걸음을 한걸음 한걸음 내밀었지만 금세

내가 찍어온 발자국은 파도 한 번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았다.



' 아이야, 그동안 너는 뭘 한 거니? '


- 그저 걸었지요.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저 걸었습니다.



걷고 걷다 보면 길이 생기고 목적지가 생기고

풍요로운 낙원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내가 걷던 길은

작은 파도의 침범에,

바람의 장난에,

무너지고 사라져 버렸다.


아이는 마침내 사방이 칠흑으로 뒤덮인 어둠 속에 고립되어 버렸다.



- 길이 없어요.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요?


' 굳이 걸을 필요 있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어둠을 마음껏 느끼렴 '



그저 촛불 하나

와인 한 잔이면

견딜만할 거야



그 속에서 마음껏 느껴보렴

네가 얼마나 초라한지

네가 얼마나 무력한지

네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어둠이 침잠할수록 애써 밝은 곳을 찾아 회피하지 않아도 돼

벗어나려 하면 할수록 어둠은 너를 끈질기게 쫓아올 거야




무엇이든 계속되는 것은 없어

깊고 깊은 어둠을 마음껏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마침내 희미한 빛이 보일 거야


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빛은 더 눈부시기 마련이지


그때까지 네가 조금 덜 힘들었으면 해

길이 막혀 힘들고 원망스러운 네 마음 알지만

나는 알아

어둠이 지나고 나면 네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근사한 빛의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걸



나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어둠을 지나는 네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

어둠 속에서도 촛불 하나에 감사해하고 행복해하며 웃을 수 있기를



결국 모든 여정이 끝나고

내 품에 다시 돌아올 때 따뜻하게 안아주고 토닥여 주며 얘기해 줄게



" 어서 와, 수고했어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