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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biana Nov 22. 2020

승무원의 비행 일기-레스트를 기다리며

비행 일기



아침 또는 몸이 너무 힘든 날 장거리 비행이라면 출근길부터 그곳이 그립다.
얼른 가서 레스트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무거운 몸뚱이를 살살 달래어 일으킨다.
인도 연결 편 비행이라면 스페셜 밀이 어마어마하다. (스페셜 밀의 개수는 그날  비행의 노동 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패스트푸드점을 방불케 하는 첫 번째 스페셜 밀 서비스. .
.
AV에  OJ 하나요. 48 브라보 손님이요.
SF에  PJ입니다. 32 찰리 손님 딜리버리  가주세요.
차일드 밀 스낵 어딨어요?
사무장님 힌두 킵입니다.
SPMA 칠러에 옮겨 놓겠습니다.
띵동~ 바쁜 와중에 울리는 콜.
콜 좀 받아주세요.
사무장님~기장님 콜인데요. moderate turtulence 예상된다고 하십니다.

좁다란 갤리에서 주고받는 대화 속에 장갑 낀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aisle crew와 갤 리장의 협력하에 스페셜 밀은 이코노미 전역에 포진되어 있는 승객에게 속속 배달된다.

난기류가 예상되니 마음이 급해진다.
Normal meal SVC는 시작도 안 했는데  SPCL meal SVC로 이미 진이 다 빠졌다.

이쯤 되면 뒷 갤리에서 Entree 가 다세팅 된  full  cart가 도착한다.
뒷 갤리에서 레드 와인도 갖다주세요.
.
서둘러 카트 상단에 서비스할 각종 음료를 세팅한다. 누군가는 캐리어에서 컵을 꺼내고 누군가는 비빔밥에 서비스하는 미역국에 부어줄 뜨거운 물을 POT에 채우고 누군가는  주스와 맥주를 꺼내 세팅하다가도 승객 콜이 울리면 누군가는 승객 콜을 받으러 신속하게 갤리 밖으로 뛰쳐나간다.

승객들은 헤드폰을 끼고 영화 삼매경이다.
그 누구도 갤리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겠지.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우리는 잠들지 않으며 당신이 창밖 풍경을 음미하는 동안 우리는 온도가 낮지 않은지 혹은 높지 않은지.. 칭얼거리던 아가가 이제는 잘 자는지.. 나이 많으신 승객의 움직임이 없다면 잘 쉬고 계시는지 어둠 속을 순회하고 승객의 동향을 살피며 태평양을 걷는다.

드디어 Rest 가 나왔다. 교대로 밥을 먹고 CRA로 쉬러 갈 시간.
나도 이제 다리 좀 뻗어 보자.
두 번째 서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우선은 다 잊고 쉬자!

#드디어 레스트 시간#첫 번째 조가 좋아요
#아직 끝나지 않은 벙커 이야기#커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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