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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biana Aug 13. 2020

쌍둥이 출생의 비화(부제-나도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육아일기

엄마, 나도 동생이 었으면 좋겠어

고작 30개월밖에 안된 아기가 던진 한마디는 뜬금없고 당황스러웠다.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지도 않았을 때였고 주변에 동생이 있는 친구도 없었으며 평소에 동생을 갖고 싶냐는 질문 역시 해본 적이 없었다.
안 그래도 둘째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첫째와는 달리 쉽게 찾아오지 않았기에 아들의 한마디는 더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 주원이가 동생이 갖고 싶었어? 여자 동생이었으면 좋겠어? 남자 동생이었으면 좋겠어? ”
“여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는 여동생을 선택했다.
그날 이후로 아이는 자기 전 기도에 항목을 하나 더 추가했다. ‘여자 동생이 생기게 해 주세요’라고.
그리고 그 기도가 시작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정말 동생이 찾아왔다. 고사리 손을 모으고 밤마다 기도하는 30개월 아기의 소원을 하느님은 지나치실 수 없었던 것이다.


“주원아~ 동생이 생긴 것 같아! ”
병원에서 5주 차에 아기집을 확인하고 와서 기쁜 마음으로 아이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아이는 역시나 뜬금없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둘이야”
“뭐가 둘이야?”
“동생이 둘이야”
“아냐 하나야~엄마가 병원 가서 동생 하나인 거 확인하고 왔어”

그 뒤로도 아이는 몇 차례나 동생이 둘이라고 우겼고 하나다 둘이다 하며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리고 2주 후인 7주에 아기 심장소리를 들으러 갔다가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초음파를 보시던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씀하셨다.
“뭐가 하나가 더 보여요. 아직 작긴 하지만 아기집 같아요”
“네? 그럼 쌍둥이예요?”
말도 안 돼.. 정말 둘이라니..
“이런 경우는 크기 차이로 영양 흡수가 잘 안돼서 자연소멸되는 경우가 많아요. 우선 다음 주에 와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
세상에.. 세상에..
쌍둥이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고 남의 집 일인 줄 만 알았는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다음 진료 날까지 그 일주일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마치 내 미래를 결정짓는 날인 것처럼 떨리고 혼란스러웠다. 둘째를 계획을 했지만 셋은.. 더군다나 쌍둥이는 한 번도 상상해본 적도 없기에 내심 자연소멸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그다음 주에 병원에 가서 콩닥콩닥 힘차게  반짝이는 막내의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 또르르 눈물 방울이 흘러내렸다. 내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던 건지, 귀한 생명을 감사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질책했다.
부디 건강하게만 잘 자라 다오.
이 이이는 작지만 분명 강한 아이 었다.  나에게 쌍둥이가 온 건은 다 이유가 있고 감사히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그나저나 주원이는 동생이 둘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아기들은 영혼이 맑아서 다 안다던데 정말일까? 너무 신기해서 동네 엄마한테 그 이야기를 했는데
불과 한 달도 안돼서 그 엄마한테 다시 전화가 왔다.
둘째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얘길 들어보니 아직 테스트기로도 확인이 안 되는 초기였는데 둘째가 생겼다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도 나와 비슷한 시기부터 둘째 준비를 했지만 아가는 좀처럼 오지 않았기에 어쩌면 기다림에 지친 바람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30개월 된 그녀의 딸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엄마 뱃속에 주머니가 있어”
“엄마가 캥거루야? 무슨 주머니가 있어?”
“진짜 주머니가 있어”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얼마 전 나의 이야기를 떠올린 그녀는 딸아이의 이야기에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1주 후 병원에서 정말 아기집을 확인했다.
아이들은 영혼이 맑아서 배 속에  아기가 있는지 없는지 다 안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흘려들었지만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큰 아이의 맑은 영혼이 동생이 둘이라는 것까지 알아내다니 신기했다. 그래서 내친김에 성별 확인까지 의뢰해보기로 했다.


"아기가 둘이면 남자야? 여자야? "

"이쪽은 여자고 이쪽은 남자야"

나의 배를 만지며 아이는 말했다.
쌍둥이의 성별은 단순 확률로 계산하면

'남남' 25%'여여' 25% '남녀' 50%이니  단순하게 따져도 남매가 태어날 확률이 크기도 했고 쌍둥이라는 것도 알아맞춘 큰 아이가 아들 하나, 딸 하나라고 하니 점차 더 강하게 뱃속의 아가들이 남매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붉은색, 푸른색 아기용 나오는 태몽 역시 나의 확신을 뒷받침해주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어주었다.
남편이 커다랗고 붉은 사과 세 개를 껴안는 꿈을 꾸었다고 했을 때도  태몽에서의 붉은색은 아들, 푸른색은 딸이라는 것을 알고 애써 그것은 태몽이 아닐 것이라고 외면했다. 그래서 맘 카페를 뒤지기 시작했다. 맘 카페에는 미리 성별을 확인하고 싶은 임산부들의 정보가 어마어마했다. 각도 법이며 뭐며 처음 듣는 성별 판독법이 인터넷에 가득했다. 그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는 밤마다 초음파 영상을 돌려봤다. 그러나 아무리 초음파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봐도 두 녀석의 다리 사이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직 성별이 정확하지 않은 주수이긴 하지만 내 눈엔 아무리 봐도 아들 쌍둥이었다. 아들 셋 엄마가 될 미래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과 딸을 갖고 싶어 했던 마음이 투영된 몸부림은 성별을 들으러 병원에 가는 날까지 계속됐다.
쌍둥이들의 성별은 내 주위 사람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다들 아들 쌍둥이면 어떻게 하냐며 호들갑이었지만 유일하게 부모님은 아들 셋이면 어떠냐, 아들 셋 건강하고 훌륭하게 잘 키우면 된다고 하시며 딸  손주에 대한 욕심을 표현하지 않으셨다.




드디어 16주가 되고 산부인과에 정기검진을 가는 날이었다. 16주면 성별을 확인할 수 있으니 대한항공 승무원 합격자 발표날보다 더 떨렸다.


" 자 봅시다~ 이쪽에 있는 이 아이는... 보이시죠? 아들이네요"  
역시나 그랬다.
그리고 다른 한 녀석은 수줍은지 다리를 오므리고 있어서 결국 성별 확인은 실패했다.
덕분에 나는 다시 길고 긴 4주를 기다려야만 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들을 기다리는 두 딸 엄마인 지효 엄마는 첫 아이 지효 때부터 아들을 원했으나 딸만 둘을 연달아 낳으며 뱃속에 있는 막내는 부디 아들이길 바랬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효 엄마와 나는 임신 주수도 비슷하고 큰 아이끼리 친구이기도 해서 매일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 하원 시키며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는데 결국 그 집 막내도 역시 딸이었고 20주에 확인 한 우리 쌍둥이들은 나란히 아들이었다.
아들 셋, 딸 셋 엄마가 된 우리는 막내를 하나씩 바꾸면 어떨까 하며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께서 그 아이들을 우리에게 보낸 이유를 알고 있었다. 비록 성별을 확인하기 전까지 아들 셋 엄마가 될 두려움으로 남매이기를 바랐던 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나 주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가장 큰 선물임을 모를 리 없었다.  
아들 셋 엄마는 강해져야 했다. 뱃속의 쌍둥이들이 건강하게 쑥쑥 자라서 세상의 빛을 보는 날까지 나는 내 목숨을 다해 이 아이들을 지키리라 다짐했다.
동생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을 맞췄던 큰 아이는 아쉽게도 성별은 맞추지 못했다. 아마도 여동생이 갖고 싶었던 그 아이도 자신의 바람을 담아 이야기했음이 틀림없다.



뭔들 어떠랴.
남동생 둘과 신나게 놀일 만 남았는데!!!


매일 우당탕탕 싸우고 울고 때리고 이르고~ 조용할 날 없는 너희들..


신나고 즐거운 거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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