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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quidityChase Dec 20. 2019

TADA와 Amature

한동안 TADA 문제가 뉴스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서 여러 뉴스들을 좀 찾아봤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쭉 정리해보니 한 단어가 남네요.


AMATURE : someone who does not have much skill in what they do


1.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와 규제의 부조리성


 저는 그동안 뉴스들을 보면서 이게 도대체 왜 '혁신 vs 편법'의 문제지라는 의문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곰곰히 살펴보니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가 튀어나오더군요. 2017년 9월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이 규제 방식이 ‘신산업·신기술 규제혁신’을 천명했기 때문이더란 말입니다. (이게 틀렸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누군가가 왜 그렇게 (혁신 vs 편법) 프레이밍을 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검찰, 공정위, 국회의원, 국무총리까지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는데 무슨 싸이 노래 가사도 아니고. 그런데,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법과 규제의 성질상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입니다.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no=2019103109538090071&code=&MGSPN

https://news.joins.com/article/23624372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912089329Y


오래 전에 읽어 자세한 내용까지는 가물가물하지만 ‘법은 왜 부조리한가 (뭔가 좀 이상하게 삐뚤어진이라는 뜻의 perverse를 부조리로 번역한 거였는데 법이 삐뚤어졌다라는 표현이 재미있죠. 삐뚤어진 놈들을 재단하는 법이 삐뚤어졌다니!)’라는 책에서 ‘법’은 결국 ‘선택’ 행위의 결과라는 것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기준을 정해 선택을 하는 과정이라는 말이죠. 


무슨 말인고 하니 하나의 대상이라도 선택을 위한 기준에는 여러 측면의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오지선다 같은 선택지가 아니라 앞모습을 예쁘게 할래, 뒷모습을 예쁘게 할래와 같은 선택지라고나 할까요. 이 다양한 측면들 중에서 결국 어떤 측면을 선택하는 것이 법, 규정이기 때문에 애초에 논리적인 아름다운 결론이 나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즉 부조리하다라는 말이죠. 뒷모습이 예쁘다고 앞모습도 예쁘리란 보장은 없다 정도의 말이 되겠습니다. (제 주장이 아니라 저 책의 저자의 주장입니다. 저는 동의합니다.) 

 ‘규제’는 아름다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순간에 어떤 기준에 맞춰 ‘선택’을 한 것일 뿐입니다. 아마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겠죠. 어떤 기준에 따라 선택할 것인가는 그 기준이 논리적 오류만 없다면 최종적으로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됩니다. 선거죠. 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입법부는 선거에 의해서 꾸려지죠. 법안은, 규제는 결국 ‘선거’로 귀결됩니다. 


2. 투자와 정부


투자란 결국 돈을 옮기는 과정입니다. 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돈은 실제 움직일 때 가치가 발현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쌓아 놓으면 뿌듯하긴 하겠지만 실제 사용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가치는 계좌 속의 숫자에 불과하죠. 하지만 실제 쓸 때, 즉 이동시킬 때는 그 가치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시면 될 겁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돈은 이름 그대로 돌기만 해도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결국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성공적인 투자는 돈을 옮김으로써 더 많은 돈의 움직임을 창출한 것이고, 실패한 투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곳으로 돈을 옮긴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돈을 옮겼는데 새로운 돈의 움직임은 유발되지 않은 것이죠. 물론 개인의 투자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개인의 투자도 매한가지입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정부가 해야하는 일은 투자를 유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장에 성공적인 투자가 쌓이면 투자는 저절로 유발됩니다. 즉, 민간이 알아서 돈을 옮깁니다. 즉, 정부가 해야할 것은 시장에 성공적인 투자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 다시 말해 돈을 옮길 수 있게, 옮기기 좋게 만들어 주는거죠.  

 마찬가지로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규제는 실패한 투자를 줄이기 위해서 해야하는 것입니다. 즉, 돈이 잘못된 곳으로 흘러가 고이거나 사라져버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죠. 정부가 직접 성공적인 투자를 하려면 이렇게 해라라고 하면 많은 경우 필패로 이어집니다. 물론 정부가 직접 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긴 하죠. 공공사업. 이건 시장실패와 관련된 문제니 좀 다른 얘기입니다. 


3. 기업가와 투자자, 그리고 정부


기업가 (Entrepreneur)와 투자자 (Investor)의 차이가 뭘까요? 저는 가장 큰 차이가 바로 ‘불확실성’에 대한 태도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가는 ‘불확실성’ 속에서 플레이 합니다. 즉 일단 굴에 뛰어 드는 역할을 하는 쪽이죠. 굴 속에 호랑이가 있는지, 이무기가 있는지, 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때려잡겠다라는 자세로 굴 속에 뛰어 드는 쪽이죠. 


 반면 투자자는 ‘확률’ 속에서 플레이를 합니다. 즉 굴에 호랑이가 있더라, 2마리가 있더라, 총은 몇 자루가 필요하냐, 사냥꾼은 몇 명이 필요하냐, 가죽은 얼마, 뼈는 얼마 등등 ‘정보’를 바탕으로 ‘확률적’ 계산을 하고 전략을 세워 움직입니다. 따라서, 정보에 따른 확률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돈을 잠궈버릴 수밖에 없죠. 


따라서, 투자자와 기업가의 관계를 굳이 따지자면, 모험적 투자자는 기업가에게 투자하여 ‘확률’을 알아냄으로써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돕고, 일반적인 기관투자자는 기업가가 가져온 정보를 바탕으로 돈을 움직이는 역할을 합니다. 불확실성이 감소할수록 더 많은 투자자가 투자에 나설 수 있지요. 모험적 투자자는 후발 투자자보다 더 큰 보상을 기대하기에 그런 행위에 나서겠죠. 이들은 확률적으로 훨씬 리스크가 큰 상태에서 돈을 움직인다는 말입니다.


4. 누가 아마추어인가? 


저에게는 이렇게 보입니다. 


 행정부가 기업가(Entrepreneur)에게 호랑이 굴에 들어가보길 ‘권유’했습니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천명한 것을 그렇게 읽어야죠. 왜 권유했을까요? 호랑이를 잡아야 가죽도 나오고 고기도 나오기 때문이겠죠. 그만큼 돈이 잘 안 움직였다는 말이겠죠. 부동산이 그렇게 뛰는데 돈이 움직이고 있는 것 아니냐? 돈은 한 곳으로 몰리면 필연적으로 잠길 수밖에 없습니다. 흐를 곳이 있어야죠. 안 그러면 결국 고이고, 고인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대로 실패한 투자를 양산합니다. 

 
어쨌든 정부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앞세워 권유를 했다는 것은 아마도 이런 인식하에서 투자를 유발하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아마도 모험적 투자자들은 그 기업가에게 투자를 했을 것이고, 기업가는 어쨌든 호랑이 굴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계속 사회적 논란이 생기죠. 이 사회적 논란은 사실 몰랐던 게 아닙니다. 애초에 알고 있던 불확실성이죠. 저는 그 기업가나 투자자들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알아보면 알 수 있겠죠)이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담하건데 아마 틀림없이 저 불확실성에 대한 어떤 변화의 단서를 얻었을 겁니다. 임원이나 대표가 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실무자가 일을 먼저 추진할 수 있나요? 에이 왜 그러세요 아마추어같이....

 
어쨌든 굴에는 들어갔는데 그 후 계속 어어어 하다가 뜬금 입법부가 나섭니다. 거긴 호랑이 굴이 아니니 포괄적 네거티브 당근을 제공할 수 없다고 말이죠.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에서 신산업, 신기술 얘기가 있기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이건 혁신 vs 편법이 문제의 핵심이 아님을 말해줍니다. 신산업이고 뭐고 간에 불확실성 속에서 돈을 옮기는 것은 사실 다 모험입니다. 모험 좀 해보라고 부추기고 밀어주겠다고 한 쪽이 '내가 언제?' 오리발 내미는 상황이 강하게 의심되죠. 전형적인 불확실성 문제의 예에 해당합니다. 


 기업가 뒤통수 제대로 맞았죠, 황당할 겁니다. 행정부에 이거 뭥미? 했겠죠. 차라리 그 때쯤에라도 뭔가 불확실성을 제거해줬으면 나았을 겁니다. 차라리 확실하게 ‘불가’로 빨리 돌아서서 억울해도 매몰비용 처리하게라도 하든가, 아님 ‘go’를 하고 네거티브 규제의 적용을 더 확실하게 보장하고 여론을 주도하든가.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닌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합니다. 그 와중에 사법부까지 나섭니다. 호랑이 사냥 장비를 신고 안 했으니 잡아넣어야 하는데 일단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 이건 진짜 뭥미?

 
외부의 투자자들은 어떤 시선일까요? 가슴을 쓸어 내리겠죠…. 안 들어가서 다행이다. 호랑이 굴이 아니라 블랙홀이네. 어떤 의미에선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계산이 가능해졌죠. 그냥 투자하면 안 된다는.
  


기업가, 투자자,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누가 아마추어일까요?

혁신을 가장한 편법을 행한 기업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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