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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녀의 서재 Dec 08. 2020

괜찮아. - 1

사실 하나도 괜찮지 않아.

참.... 미칠 것 같은 하루다. 뭐랄까.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무력감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녀가 휴직을 한 지 8개월이 되는 날이다. 


처음에는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위해 나는 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16년을 근무한 회사 이건만 늘 힘들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상처를 받고 마음에 병을 얻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마음의 병은 보이지 않으므로 나는 정말 아픈데 다른 사람에게는 꾀병 또는 성격이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비칠 뿐이었다. 그녀는 쉬어야만 하는 이유가 백개도 넘개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족을 포함한 타인에게 그녀는 그저 이 사회의 루저일 뿐이었다. 


휴직 2개월 차 부모님 집에서 쉬는 게 눈치가 보여, 그리고 혼자서 돈을 버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공무원 시험이라도 다시 보겠다고 했다. 애들이 유치원을 간 다음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돌아오면 아이들을 돌봤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녀와 노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모와의 시간을 훨씬 즐거워했다. 그녀는 엄마로서의 자존심에 타격을 입었지만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내가 회사 다니는 동안 이모랑 시간도 훨씬 많이 보냈고, 나는 아이들의 친구들도 잘 모르지만 이모는 친구에 그 부모들까지 알고 연락을 하니 당연한 거 아니겠어. 누굴 원망하겠어.'

그렇게 생각했다.  


공무원 시험을 봤다. 1점 차이로 필기에 불합격했다. 사실 합격이 된다 하여도 갈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는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누군가는 아이를 돌봐야 했으니깐. 그래도 이상하게 억울했다. '1점이라니. 이건 분명 비리가 있는 거야. 이럴 수는 없어.' 그녀는 심하게 자책했고 절망했다. 3일간을 모든 것에 화가 나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지고 그다음부터 한 일은 주식이었다. 남편에게 돈 좀 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그녀가 가지고 있던 비상금 30만 원을 투자했다. 시작은 이 정도로 공부하면서 더 늘려봐야지 했다. 애들 유치원 보내고 8시 40분이 되면 노트북을 켜고  주식 프로그램을 눈 빠지게 봤다. 책도 샀다. 그렇게 주식을 시작한 지 3주 처음으로 그녀는 900원을 수익을 실현했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한 달에 3,4백만 원을 버는 고급인력이 900원 벌고 좋단다. 그렇게 해서 언제 부자 되냐? 앓느니 죽겠다."

웃자고 하는 엄마의 말에는  뼈가 있었고, 말의 뼈에 그녀는 진심으로 뼈가 아팠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갈 수 없었다. 아직은 엄마의 비꼬는 말보다 회사의 공기가 훨씬 무서웠다. 


오전에는 그렇게 30만 원 넣어놓고 놀다가 오후에는 가끔 씩 글을 썼다. '좋아요' 하나씩 올라올 때 기뻤다. 그리고 누가 내 글에 '좋아요' 좀 안 눌러 주나 기다렸다. 이 모습에 그녀의 남편은 관종이냐고 했다. 그렇다. 그녀에게는 타인의 관심과 그녀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녀의 글 중에 좋아요가 무려 14개나 올랐던 글을 그녀의 언니에게 보여줬다. 그녀의 언니는 고생 끝에 낙이 온 것인지 그토록 원하던 국문학 교수가 되어있었다. 대학교수의 평가는 신랄했다.

"난 사실, 전에는 브런치 글 가끔 봤는데, 네가 쓴다는 얘기 듣고 안 봐. 완전 아마추어 글인 거잖아. 전에는 인지도 있는 사람도 좀 있었는데. 공대생 치고는 잘 썼네. 그런데 이건 뭐니? 에세이니? 소설이니? 끝이 없잖아. 결론이 없어. 이건 제대로 된 글이 아니지."

뭐 그러든지 말든지. 그녀는 소심해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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