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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녀의 서재 Dec 08. 2020

괜찮아 - 2

사실은 하나도 괜찮지 않아.

우연히 00 체험수기 공모전을 보게 되었다. 대학교수가 심사하는 게 아니니깐 용기를 내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글을 썼다. 보내기 전에 대학교수 언니에게 검토를 부탁했다. 대학교수는 말했다.

"운 좋으면 입선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주 운이 좋으면. 내가 고쳐 줄게. 다시 써야 할 것 같네." 

그녀는 후회했다. 이딴 소리 듣자고 보여준 것은 아닌데. 글은 맡겨두고 그녀는 온갖 이벤트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넣으며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모았다. 그래서 나름 바빴다. 대학교수 언니는 글을 고쳤다고 다시 보내왔다. 읽을 시간이 없었다. 그날 저녁 그녀의 언니는 고맙다는 말도 없고 자기를 무시했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그녀는 참았다. 그러다 한마디에 돌아버렸다.

"저렇게 배은망덕한 게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겠어. 누가 너 같은 애 하고 같이 일을 하겠냐고!"

그녀는 자신이 이 사회의 루저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녀는 엄마 집에서 나와버렸다. 애들 유치원 때문에 엄마 집에 있었는데 그녀는 참지 못하고 주말에만 오던 자신의 집으로 도망쳤다. 친정과는 연락을 끊어버렸다. 그녀가 운전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아이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기 위해서 2번의 버스를 타야 했다. 유치원까지 가는 데는 꼬박 1시간 10분이 걸렸다. 등원은 그래도 할만했다. 하원 할 때는 아이들이 버스에서 자버리는 통에 애들 둘을 깨우고 집까지 15분을 걷게 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렇게 다닌 지 2주 후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손주들이 너무 안쓰러웠는지 하원 할 때 유치원에서 기다리고 계시다가 그녀와 아이들을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  그렇게 한 달을 버텨보다가 아이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다시 엄마 집으로 돌아갔다. 언니와는 아무런 사과도 없이 아무 일 없는 듯(겉보기에는) 지냈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그녀의 글이었다. 그녀는 대학교수인 언니와 그렇게 싸운 후 언니의 글은 읽어보지도 않고 삭제해버렸다. 그녀에게도 자존심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처음에 쓴 글로 공모전에 응모했다. 기뻤다. 한편으로는 이 50만 원을 타기 위해 정말 힘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4백만 원이 나오는데. 그녀 스스로 기쁨보다는 자괴감이 더 커져갔다.  그녀의 언니에게는 이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비밀로 했다. 그녀 혼자서 기쁨을 즐겼다. 


공모전에서의 수상은 그녀의 자존감을 조금 회복시켜 주었다. 그녀는 또 다른 공모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또 글로 돈을 벌 만한 일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구청의 시민기자 모집에도 신청서를 보냈다. 신청서를 쓰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대학교수 언니가 말했다.

"야. 무슨 진로 탐색하냐? 네가 나이가 몇인데. 네가 지금 하는 게 딱 대학생들이 진로 탐색할 때 하는 일이란다."

뭐. 괜찮다. 이렇게라도 해서 지금이라도 진로탐색에 성공하면 좋은 거 아니겠는가?

이 나이에 멀쩡한 직장을 휴직하고서 새롭게 진로 탐색을 하는 아내가 불안해 보였던지

"진짜 작가 되기로 한 거야? 아... 연금은 확보하고 하는 거다. 작가는!"

라고 말했다.  그녀는 몹시 외로웠다. 그리고 점점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지나가는 말에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화가 났다. 그럴 때면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공모전 글에 더욱 매진했다. 그녀가 글을 쓰고 있을 때 그녀의 대학교수 언니는 말했다.

"왜. 마음의 평화를 얻어보려고 또 소설 쓰냐? 그래. 그렇세 해서 네가 좀 사람이 된다면 많이 써야지."

그녀가 공모전 글을 쓰는지는 그녀의 부모님을 빼고 아무도 몰랐다.  그녀가 노트북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그녀 남편의 불안감은 폭발했다. 

"이 아줌마가. 애들 씻기고 재우는 건 당신이 해야지. 뭐 대단한 일 한다고. 너무하는 거 아니야? 회사에서도 피곤해 죽겠는데 집에서 애들까지 내가 다 봐야 하냐고!"

 그녀의 남편과 그녀는 심하게 다퉜다. 가뜩이나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그녀에게서는 남편을 향해  날 선 말이 날아갔고, 그녀의 남편도 선을 넘고 말았다.

"진짜. 네가 사회생활을 못하는 이유를 알겠다. 누가 너 같은 사람하고 대화를 하고 일을 하고 싶겠냐!"


사실 그녀는 남편보다도, 그녀의 대학교수 언니보다도 더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16년 동안 한 회사에 다녔다. 회사에서 그녀의 평가는 극과 극이었다. 그녀를 좋게 봐주는 사람은 그녀를 낭중지추라고, 여기에 있기는 아까운 사람이라고 말했고,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녀의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런 극과 극의 평가 속에서 그녀는 자신을 좋게 말하는 말들만 골라들을 배짱도 없었고 자존감도 낮아 항상 힘들어했다. 그래서 그 사회생활을 못한다는 말은 그녀의 역린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녀는 남편과 언니가 매우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약점을 무차별 공격하는 아주 저질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원래 싸움이란 그렇게 하는 것이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약점을 공격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방법이었고 그들은 싸움에서 이겼다. 아주 확실히.


그녀는 글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다시 주식 프로그램을 켰다. 오후에는 재테크 카페에서 올라온 온갖 이벤트에 응모했다. 아직은... 아직도... 회사에 갈 용기가 나지 않는데... 그녀의 마음은 답답해진다. 


커피 한 잔을 탔다. 노트북 앞에 앉아 메모장을 켰다.  '괜찮아.'라고 써본다. 그리고 계속 바라본다. 아무리 바라봐도 그녀의 마음은 괜찮지가 않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녀가 어떻게 하면 될지 좀 알려주세요.

그녀는 어떻게 해야 괜찮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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