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찌푸린 날씨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 잘 생각해 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오늘은 나라와 백성을 지키다 젊은 청춘을 바친 이들을 기리는 날이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왜 하필 6월 6일이 그날이냐를 따지고 들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오랜 망명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 진주한 미군을 배경 삼아 귀국한 이승만이 미국의 현충일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심어 놓아 6월 6일이 우리나라의 현충일이 되었다.
알다시피 6월 6일은 제2차 세계 대전을 승리로 이끈 전환점 중에 하나인 노르망디 상륙작전 개시일이다.
미국은 당연히 이날을 기념할만하지만 우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차라리 같은 6월이면 25일을 기념해야지 왜 6일을 현충일로 삼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라와 백성을 지키다 돌아가신 호국의 영령들을 기념하는 날이 왜 꼭 미국의 현충일이어야 하나!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날도 사대주의여야 하는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역사 속에 우리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고통받은 역사를 망각하는가!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날이 왜 미국의 현충일과 겹쳐야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의 기억 속에 흐려져간 작은 인물이 한 사람!
여러분은 조창호 소위를 기억하시는지요?
우리가 외면하던 미송환 국군 포로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건이었다.
또 한 사람의 인물 이인모!
남북화해의 분위기 속에 지리산 빨치산이었던 이인모 씨가 자기 고향인 북한으로 송환되었다.
우리가 잊고 있던 사실은 남쪽도 북쪽도 포로로 인정하지 않고 보내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오랜 세월 자신의 뜻에 반하는 삶을 살았던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을까 생각하면 슬픈 마음도 가득하지만 두려운 마음도 생긴다.
그들은 동족 간의 비극적인 전쟁에 휘말린 희생자들일뿐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었다. 아니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외면했다.
전쟁을 일으킨 북한에게 물론 많은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전쟁을 하는 동안 같은 언어 같은 풍습을 가진 민족끼리 상상하기 힘든 정도의 참혹한 전쟁을 무려 3년여를 끌어 오고도 아직도 분단이 되어 있다.
그들은 이제 죽어간다. 아니!
이미 많은 이들이 아픈 세월 속에 잊히고 사려졌다.
지금도 우리는 남과 북이 헐뜯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우리가 결정해서 만들어진 체제가 있었던가!
이념으로 갈라서고 지금도 남과 북 모두가 이념을 이용해 정권을 쥐고 있고 선거에 이용한다.
화해가 필요한 시기에 대결을 하고 있다.
싸우면 모두가 손해다. 참을 忍자 세 개면 살인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랜 세월 우리는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불신의 벽만 높이 쌓아 올렸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계속 이렇게 불안 속에 살아야 할까?
미국은 이런 우리에게 무기를 팔아먹는다. 우리가 화해하면 가장 타격을 입을 나라이다.
앞에서 말한 두 사람은 왜 오랜 시간 동안 사랑하는 가족에게 가지 못했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내전으로 고통받는 시리아를 보면 알 수 있다.
난민으로 이나라 저나라 떠돌고 있고 아이들은 희망이 없이 살아간다.
전쟁은 해결책이 아니었다. 그들 나라의 국민들은 미래가 없다.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독재정권의 정권 유지에 희생되고 있다.
6.25 전쟁이 우리에게 던져 준 많은 이야기는 이제부터일지 모른다.
어제 신문에 보니 오늘은 육육 데이(6.6 테이)라고 고기를 먹는 날이란다. 물론 이승만이라는 미국따라쟁이가 정한 국경일이지만 그래도 나라를 지키다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리는 날이다.
아무리 젊은 세대들이 자유롭다 하지만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우리는 휴전 중이고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 살고 있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남북이 불신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평화를 향한 노력을 해야 한다.
전쟁은 모든 것을 잃게 한다.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간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모든 것이 사라진다. 주말가족과의 여행, 금요일 저녁 친구들과 동료들과 마시는 한 잔 술, 다정한 연인들의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
모든 것이 물거품이다.
비록 새로 정해야겠지만 아직은 현충일이다.
전쟁의 광기 속에 삶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기억하는 하루가 되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