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달 하늘 바다 우주
공룡 사람 세포 시간
우리는 달리는 세상 속에서
멈춰진 탑승객이다
시곗바늘이 움직이는 횟수만큼
세상의 진자 운동은 반복적으로 움직이고
괴테의 사랑처럼
셰익스피어의 비극처럼
서로 다른 시곗바늘을 타고
인생의 목표점으로 달린다
다만 아쉬운 건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 길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인데
정답이 있는 길은 없다는 게 함정이고
그걸 알고도 걱정한다는 게 나다움이다
우리는 매 순간 초침처럼 열심히 달린다
한 순간도 놓치기 싫은 인간은
유한의 삶이지만
무한의 가치를 인생에 부여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기억으로
숭고한 정신이 이어진다
나의 시간은 멈추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달리고 있지만 멈춘 것이다
초침은 나를 위해서만 움직이고
나의 속도에만 맞춰서 움직인다
모두 채워진 나의 시간은
몇 시 몇 분이 될지
그 의미가 무엇을 말하게 될지
마지막을 준비하는 내가 과연 만족할지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인간이 만든 시간은 사라지고
해와 달처럼 무한의 시간이 기다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