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멈췄다
그렇게 멈춤이 다가왔다
난 달려야만 했다
멀리 도망쳐야만 했다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다
순간 보이지 않던 세상이
무서웠다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세상은 멈춰 있었다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세상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게 멈추었다
마치 그림처럼
세상은 멈춰 있었다
그렇게 내 심장도 멈추었다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개미들에게 잡아 먹히는 풍뎅이처럼
인간에게 배신당하는 인간처럼
세상을 포기한 나처럼
세상엔 정지 버튼이 있었다
누군가 그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풀어달라고 애원하고 싶었다
눈물로 진심으로
간절하게 구걸하고 싶었다
나는 그 해답을 찾아
오늘도 열심히 헤맨다
세상 어딘가엔 있겠지라는
그 작은 희망이
나에겐 목숨보다 소중하다
믿어야 한다
해답의 존재를 믿고
나의 정체성을 믿고
내 삶의 소중함을 믿어야 한다
난 지금
잠시 멈춘 것뿐이니까
.
.
.
멈춤은 정지가 아니길 바라며
잠깐의 쉼이길 바란다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평안한 일상을 보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