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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 나그네 Aug 08. 2020

드라마<스카이 캐슬>에서 혜나는 왜 죽어야만 했을까

- 개천에서 태어난 용은 바다에 가면 죽는다

 

출처 : https://m.news.zum.com/articles/49858040

  혜나(김보라 배우)가 죽었다. 지난 2018 ~ 2019년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가장 긴장감을 높였던 장면이었다. 혜나의 죽음이 전파를 탄 이후 누리꾼들은 혜나를 죽인 진범은 누구인지 추측하기 시작했다. 자살이라는 가설, 라이벌인 예서(김혜윤 배우)와 예서의 엄마인 미향(염정아 배우)이라는 추측 등 각종 가설과 예측들이 활발히 제기됐다. 범인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추측한 것처럼 예서의 입시 컨설턴트 김주영 쓰앵님(김서형 배우)이었다. 혜나는 김주영이 학교 시험 문제지를 입수해 예서에게 제공한 비밀을 알게 된 이후 김주영을 협박했고, 김주영은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으면서 예서의 대입을 방해할 혜나를 과감히 살해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표면적으로는 김주영에게 혜나는 김주영이나 예서에게 걸림돌이 되는 존재였기 때문에 죽음을 당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극중 혜나는 대한민국에서 “개천에서 태어난 용”으로 대표되는 캐릭터이다. 그런 “혜나”가 바다에 살고 있는 용과 끊임없이 경쟁해야 했고, 용들이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타운하우스라는 바다에 오면서 혜나는 더욱 고군분투했다. 예서에게 혜나는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을 직감한 김주영은 혜나를 결코 가만히 두지만 않았고 결국 파멸시켜버린다. 뛰어난 개인의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사회경제적 배경을 이길 수 없으며, 뛰어난 사회경제적 배경이 개인의 타고난 능력쯤은 쉽게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혜나의 죽음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출처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90820000055#a

  노력을 통해 성취한 개개인의 자질이나 재능이 든든한 배경 없이는 쉽게 파괴될 수 있는 세상이다. 동시에 탄탄한 사회경제적 배경은 누군가의 성취적 노력을 짓밟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의 아들, 딸이 받았던 특혜는 전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했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주었다. 동시에 든든한 사회경제적 배경이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취를 쉽게 이길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밝혀진 사람이 조국 전 장관의 자녀들뿐이었지, 대한민국에 제2, 제3의 조국 전 장관과 같은 자녀들은 분명히 많을 것만 같다. 


출처 : http://www.yes24.com/Product/Goods/300272

 뿐만 아니라, 어렵게 개천에서 용이 되어 바다로 가면 수없이 많은 역경을 겪을 수밖에 없는 세상이다. 소위 명문대라고 하는 곳에 입학해도 뛰어난 학군의 고교 출신들에 비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받게 된다. 같은 명문대 학생이라도 출신 고등학교 또한 중요해진 사회이다. 취업은 물론 과외를 구할 때도 출신고교가 명문학군 출신인지 아닌지에 따라 진입장벽이 달라진다.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개천에서 용이 된 대표적인 인물이었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낼 정도로 각종 시련과 풍파를 겪어야만 했다. 시련을 겪었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바다”출신의 용이 아닌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소위 말하는 SKY출신의 대학이 아니면 공부를 잘 못했던 사람으로 여겨진다고 하는데,  고졸 출신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법조인으로 활동했을 때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마 <스캐이 캐슬>은 개천에서도 여전히 용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혜나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혜나와 같은 용이 바다에 갔을 때는 결국 모진 시련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혜나의 죽음을 통해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자 현실인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개천에서 태어난 용은 바다에서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할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신분제는 갑오개혁 이후 폐지됐지만 그것이 학벌, 사회 경제적 배경으로 환원되어, 또 다른 계급을 만들어 냈고 그것이 점점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새로운 계급 사회가 찾아온 대한민국에서 혜나 같은 사람은 죽을 수 밖에 없는 당연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그런 타고난 사회 경제적 배경이 정정당당하게 노력한 결과들이 파멸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는 사회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드라마 속 혜나의 죽음이면 너무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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