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도 남아있는 대한민국 기업 조직 모태인 군대, 그 당연성을 거부하며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혜리(진지희 배우)는 반장 선거 이전 누가 차렷/인사(경례)를 할지 물어보자, 적극적으로 나서 본인이 하겠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시절 많은 아이들이 혜리처럼 반장이 되어 차렷/인사를 하고 싶어했다. 처음 시작하는 조직 생활에서 다른 친구들을 인사라는 도구로 주목시킬 수 있는 작은 권력에 매료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처음 학교를 다닐 때는 그냥 그건 당연하게 해야 하는 것이라 여기고 했는데, 어느 순간에는 그 차렷/인사가 완전 부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 서비스를 받기 위해 차렷/ 경례를 하는 것은 과연 당연한 것일까.
이러한 차렷/경례 인사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다시 경험할 수 밖에 없었다. 모 기업 면접에서는 면접관님들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일환으로 같은 면접조에서 누가 차렷/인사를 할 것인지 정하고 연습도 몇 차례 했으며, 심지어 연습 때 낙점된(?) 지원자의 차렷/인사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차렷/인사라는 구령을 외치는 사람이 바뀌기도 했다. 아래 기사를 보면 이러한 행태는 아직도 몇몇 기업에서 계속해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오랫동안 차렷/인사에 익숙해진 면접관들은 그런 군대식 인사를 하지 않으면 예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군대식 인사를 해야만 예의 바른 지원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대한민국은 군대 마니아인지, 너무도 많은 조직들이 ‘군대스러운’ 것을 선호하고 있다. 예로 든 것이, 차렷/인사였을 뿐 많은 조직들이 군대와 같이 수직적이고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언급하는 것은 입만 아플 뿐이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도 군대를 다녀왔는지 물어보고, 남자의 경우 군필자를 선호하는 현상은 만연해 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런 군대 문화에 얼마나 체화되어 있는지 사전 점검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겠다. 대한민국의 많은 조직들이 군대를 프렌차이즈해서 만들어졌고, 그 경험이 있다면 더 빠르게 체화하여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당연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교육 서비스를 하는 학교는 군대 조직을 모방한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부터 군 조직과 흡사한 곳에서 경험을 해야 한다. 차렷/인사 같은 것은 물론, ‘학생다움’이라는 가치로 포장되어 복장, 두발 규정까지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과연 학생다움이라는 것은 제대로 연구나 되고 이런 것들이 규정되고 있는 것인가 싶었다. 군대스럽기 짝이 없었고, 체력 수업이라는 일환으로 하나에 내려가고 둘에 올라오는 팔굽혀 펴기며, 오리걸음 같은 군대식 얼차려는 그 정점을 찍고 있다. 물론, 요즘은 줄어드는 추세이겠지만, 지난 2013년 방영된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이 같은 얼차려가 ‘체력훈련’이라는 이름 아래 둔갑하여 등장하기도 했다. 각 직급은 사단장/교장, 선생님/간부병사, 학생/일반병사, 반장/분대장 같은 식으로 직급을 모두 하나씩 치환할 수 있을 정도이다. 교사는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인데, 동시에 권위주의적 엄숙주의에 기반한 차렷과 경례를 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이것을 초등학교 입학한 8살부터 하루에 최소한 4번 하며, 그 부자연스러운 행위는 12년간 이어졌다. 수업을 시작을 위해 주의 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굳이 군대스러운 방식을 차용할 필요는 없었다.
1950년 한국 전쟁 이후 경제 성장이라는 덕목은 특권화되며 많은 가치들이 희생된다. 조직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장 쉽게 가져올 수 있는 군대 조직이 여러 가지 조직에 도입됐다. 그 공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 성과를 존중하지만 동시에 그 때문에 터져 나오는 문제들도 직시해야만 한다. 위계적 질서의 문화 속에 희생되는 검사가 아직도 나오고 있고, 대학 병원 수련의 생활은 군대조직과 버금갈 정도로 수직적 위계적으로 남아있으며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들이 훨씬 많을 것만 같다. 조직의 형태는 군대와 같은 형태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새로운 조직 형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기업의 성격에 적합한 조직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것을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미래 세대를 위해서는 학교의 조직 체계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처음 조직 생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군대 조직과 유사한 것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도록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그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다. 하루 빨리 학교 체질을 바꿔야 할 때이다. 군인의 교실은 근절되고, 교육 서비스라는 매개로 학생과 교사 간에 건강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써의 교실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