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로또 1등 같은 허황된 꿈도 종종 상상하며 즐거워했었는데, 그것도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는걸 깨닫는 요즘이었습니다. 부정적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의 오만함을 반성하며...긍정에 쓸 에너지조차 생존을 위한 내면과 외면의 사투에 사용해야만 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많은 것들을 진심으로 포기하고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실에서 불가능할 것들을 꿈꾸는 것조차 에너지 낭비인것 같아서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 해거든요. 며칠 전에도 치킨 먹고 입이 따갑다고 약을 찾는걸 보니 알레르기도 차도가 없는 것 같고, 이제 급식 먹어야하는데 어찌해야하나...걱정이 막 된다기보단 이젠 그낭 담담하고 마음이 무거울 따름입니다.
얼마 전에 세부에서 돌아왔는데 한달만에 현실로 돌아오니 현타가 세게 오더라구요. 비슷한 또래 아이를 둔 좋은 분들과 함께하고, 오랜만에 수업이란걸 들으면서 애엄마가 아닌 한 명의 학생이자 어른으로서 클래스메이트와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는데. 그러다 현실로 돌아와 적적한 동네에서 홀로 재택근무하고 집안일하고 끝없이 놀아달라 조르는 아이 돌보고 있자니 가슴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습니다. 어제는 심지어 나 밖에 나가서 일하고싶다고 엉엉 울기까지 했어요. 7년간 잊고지내던 사회인으로서의 자아가 눈을 떠버렸나봅니다. 아무튼 당분간은...어쩌면 많이 오래 불가능할 꿈이 되어버렸네요.
마음이라는 냄비 안에 이런 저런 꿈도 희망도 넣고 팔팔 끓이다가, 다 증발해버려서 이젠 냄비가 태워지고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요즘은 불행이 잘 팔리는 시대라는 말을 어디서 봤는데 정말 그런가요? 이런 제 이야기도 시대의 트렌드에 편승해 누군가에게 팔려갔으면 좋겠네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요즘 읽고 있는데 삶은 어떻게든 끝마쳐야 하는 과제라는 말에 마음을 좀 다잡게 되더라구요. 삶도 육아도 희망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어떻게든 끝마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 복까지도요. :) 저는 올해 건너뛸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