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느낌이 참 싫다.
숨을 쉬면 가슴이 텅 비어버린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 집에 손님들이 많이 온날 왁자지껄하게 지내다가 모두가 집에 돌아가고 나면 느끼던 그 감정이 올라온다. 그때는 그것이 외로움인 줄 모르고 그저 손님들이 집에 갈 시간이 되면 짜증을 내거나 훌쩍이는 걸로 나의 마음을 표현하곤 했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시부모님 댁에 가서 3박 4일을 지내고 왔다. 시부모님 댁 근처에 사는 조카는 우리가 와서 정말 행복한 연휴를 보냈다. 그리고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 조카는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오는 대신 동네 슈퍼에 가는 것을 택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작별인사하는 것이 싫어서 그랬다고 한다. 내가 어린 시절 느낀 그 감정이었을 것 같아서 짠한 마음이 들었다.
남자 친구가 생긴다면, 결혼을 한다면, 하루종일 나와 붙어있는 아이가 생긴다면 이런 외로운 감정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 근래 자꾸 외로운 헛헛한 기분이 나를 감쌌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다다음달에 한국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였다. 이럴 때 내가 참 머나먼 곳에 살고 있구나 싶다. 한국에 살았다면 친구가 이사한 곳으로 놀러 가고 약속 잡아서 만나면 되니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외국에서 이렇게 진솔한 마음을 나눌 친구를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진주 찾기보다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런 친구가 이제 한국에 돌아간다니 마음이 텅 빈 것 같다. 벌써 이렇게 한국으로 간 친구가 셋이나 된다. 그들이 떠나갈 때마다 이런 외로운 감정이 나를 감싼다. 마치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곳에 오래 산 사람들은 이 감정이 힘들어서 오래 머물 것 같은 사람에게만 마음을 연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기도 한다. 이제는 그 말이 진심이 가득 담긴 말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한여름 더위에 가을바람 지나가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니 참 힘들다. 쓸쓸한 마음과 동시에 나의 뇌는 친구가 가는 날 어떤 선물을 해줄까 어떤 편지를 쓸까 벌써 이별의 준비를 차근히 맞이하고 있다.
어른이 되면 이런 감정에 초연해질 줄 알았는데 이전 경험들이 연결되며 더 깊고 진하게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2023년의 여름 나는 이렇게 외로움을 이겨내며 또 성장하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