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에게 협업은 필요조건이며 성과는 충분조건이다.
어떤 마케터도 처음부터 그 자체로서 독자적으로 가치를 지닐 수 없다.
마케팅 자체가 애초에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market, brand, product, cunsumer 등 다양한 요소가 있어야 비로소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마케터는 필연적으로 항상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잘'해야 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아니고, 평판 관리를 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이 일의 본질 자체가 '협업'이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뛰어나게 성과가 좋은 마케팅은 마케터 개인만의 역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의 철학, 상품 기획자의 고집, 팀을 향한 리더의 신뢰,
그리고 나아가 무수히 많은 타인들, 즉 소비자들의 욕망과 필요와 행복과 슬픔을 아우르는 '통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저자세로 대해야 할 사람, 고자세로 대해야 할 상황을 분별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나의 성과지표를 잃지 않고, 고집 있게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되, 타성에 젖어 떠내려가지 않아야 한다.
가슴속엔 언제나 아주 선명하고 날카롭게 새겨진 나만의 목표가, 마케터로서의 확고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마치 '정치'를 잘해야 마케팅을 잘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런 뜻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고 싶다.
그저 목표 수립 단계에서 설정한 나의 KPI를 이루기 위하여, 나머지 상황들을 모두 리소스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 과정은 쉽지 않다. 외로운 길이다.
나의 이런 마음과 생각을 공감해줄 거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솔직히 대충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대충 내려주는 일 하고, 적당히 성과 보고하고, 그렇게 몇 년 버티다 보면 어느새 직급도 연봉도 올라간다.
규모를 떠나서 어떤 기업이든 마케터가 필요한 시대이기에, 대충 적당히 해도 먹고는 살 수 있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마케터가 되고 싶다면, 마케팅이라는 업의 본질에 대해서 스스로 정의를 내리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마케터란,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협업'이라는 필요조건과, '성과'라는 충분조건이 성립되었을 때에 비로소 마케팅이라는 업이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