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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현 Feb 12. 2021

일로부터 도망치면 과연 행복해질까

일을 열심히 하다가도 이리저리 치이고 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래도 직업을 잘못 선택한것 같다.

아니면 회사를 잘못 들어온것 같다.

분명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것 같은데, 무튼 이건 좀 아닌것 같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이 있을까? 내가 아는 한 없다. 모든 사람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

쉽게 살아도 잘 먹고 잘 사는것 같아 보이는 사람이 있어도, 내가 직접 그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지 않고 단정할 수 없다. 인터넷 쇼핑을 좋아하는 나는 가끔 쇼핑몰 사장님들이 부러웠다. 매일 예쁜 옷을 사입하고, 피팅하고, 온라인 상에 멋진 내 모습과 상품을 진열하니까 왠지 그들의 삶은 반짝반짝하고 활기 넘쳐 보였다. 돈도 많이 버는 것 같고.


인터넷 쇼핑몰을 몇 년 운영했던 친구를 따라서 동대문 새벽시장에 가보고나서 엄청나게 반성을 했다.

새벽시장을 헤집고 다니며 산더미처럼 쌓인 옷 틈에서 먼지를 마시며 치열하게 사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걸 어떻게 매일같이 하는지 정말 대단해보였다. 이렇게 남들 자는 시간에 옷을 한무더기 사다가 깨끗하게 다리고, 고민해서 코디하고, 사진 촬영을 해서, 사이트에 올리고, 사람들에게 평가 받고, 주문 받아서 배송 보내고, 상품 검수하고,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해결하고, 그렇게 하나 팔면 남는 돈이 1개당 몇 천원. 아주 기본적인 프로세스만 들어도 이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아, 정말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모든 쇼핑몰 사장님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솔직히 광고 일도 많이 힘들다. 힘든 점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내가 이 일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를 대자면 열가지도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는, 힘들어도 계속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시시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정말이다. 계속 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꾸준함과 성실함은 엄청난 능력이다. 한가지 일을 꾸준하게 하면 원치 않아도 성과가 생긴다. 5년을 하면 숙련자가 되고, 10년을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그러면 20년을 한다면 어떨까? 30년을 꾸준히 노력하면서 한다면 어떨까? 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성공은 한가지 이벤트로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매일 꾸준히 노력한 사람의 삶을 통틀어서 칭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싶을 수 있다. 포기하는 것은 쉽다. 힘겹게 잡고 있는 끈을 놓기만 하면 당장은 자유로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정말 포기하는 것이 답일까? 일로부터 도망치면 과연 행복해질까? 그렇지 않다. 내가 도망치고 싶은 대상은 일 자체가 아니라 어떤 상황, 상념, 말 혹은 어떤 사람일 것이다. 신기하게도 그런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그래서 포기하면 안된다. 나만 손해다. 내가 이 일을 함으로써 노동시장에서 어느정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증명이 바로 연봉이다. 내 연봉을 들여다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나와, 힘들어도 일하는 나. 둘 중에 어느 상황이 더 가치로운가? 많든 적든 일정한 급여를 받고 일을 한다는 것은 내 가치를 실현하는 숭고한 행위이다.


당장은 힘이 들어도 내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자. 요란스럽게 떠다니는 상황, 상념, 말, 사람은 그 자체로는 힘이 약해서 이내 나를 떠나간다. 끝내 나에게 남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해보자며 의지를 다진 나에 대한 믿음이어야 한다. 물론 차곡차곡 돈이 쌓인 통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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