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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애 Apr 25. 2024

내가 나의 분노에게 묻고 답하다.

교환편지


도혁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면서 몇 가지 생각하게 된 것들이 있어. 지금 살아계신 나의 부모님을 변화시키는 건 이젠 쉽지 않은 일임을 받아들였어. 그리고 나의 부모님과의 지나간 과거에 얽매이기보단 부모님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던 지점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나는 부모로서 다르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어.


네가 이 책을 읽고 아빠에 대해 생각한 것들이 내가 생각해 왔던 부분과 같다고 생각해.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글을 쓰는 너는 분명 춘이에게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자신이 왜 분노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부모님과는 다르게, 나의 분노에 대해 생각하고 분노를 바르게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남편의 분노를 떠올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네 글이 내 마음을 울렸어. 나도 너처럼, 포기하지 않고 아내와 함께 더 나아지도록, 지치지 않고 조금씩이지만 다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싶었어.


마지막으로 가장 하고 싶었던 말. <당신은 옳다>라는 말이 떠올라. 정신과 의사인 작가 정혜신의 책 제목인데,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야.


분노를 포함한 네 모든 마음은 부정될 필요가 없는, 모두가 다 존중받아야 할 정답이라는 것. 남의 마음만을 정답으로 살아왔던 지난 시절과는 작별하고 이제 네 감정을 솔직하게 느끼고 표현하려는 너를 진심으로 응원해.





지애

'남의 마음만을 정답으로 살아왔던 지난 시절과는 작별하고'라는 문장 속 단어 하나하나가 나를 토닥토닥 해주는 것 같아 잠시 숨을 참았어. 후- 하고 내뱉었지. 약간 울컥했거든.


특히 작별이라는 말이 참 좋다. 남의 마음만을 배려했던 지난날을 오답으로 처리하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안녕!' 하고 산뜻하게 인사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야. 마치 정겹던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아.


정말 애썼어.
그 나이 때 그 정도 말고
뭘 더 얼마나 성숙할 수 있겠니?


나의 의견을 모두 오답으로 처리했던, 나의 의사표현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던 우리 집 분위기 속에서 20여 년을 살았어.


화난 아빠가 엄마에게 못되기 굴까 봐 아빠의 기분과, 엄마의 감정을 살피느라 더더욱 다른 사람의 마음에 무게를 두고 내 감정은 억압한 채 살아왔던 것 같아. 이번 책은 참 좋다. 나는 내 가정을 만들고 내 아이를 낳고서야 엄마 아빠가 만들어 준 세계를 벗어나고 있어.






도혁

내가 요즘 나에게 해주는 말을 네 글에서 읽었을 때, 깊이 이해받고 공감받는 기분을 느껴. 나도 매일 나에게 그 말을 해주거든.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으니,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말자.


내 글이 너에게 위로가 되고, 네 글이 또 나에게 위로가 되니 같이 책을 읽기로 한 게 정말 잘했다는 걸 다시금 느껴.


이제 엄마 아빠가 만들어 준 세계를 벗어나, 네가 춘이의 세계가 되어주렴. 따뜻하고, 존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세계.


비록 우리도 부모로서는 처음이니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때로는 자녀를 포함해서 가족들과 갈등을 겪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부모 세대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책이라는 좋은 스승으로부터 배운 지혜를 함께 나누면서 올바른 신념의 뿌리를 내리자.


그 단단한 뿌리를 바탕으로 흔들려도 다시 바로 서서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세계가 되어주자. 나도 두 아들이 존중을 느낄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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