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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이 Jul 09. 2023

#2. 비일상의 춘천

카페 카페 그리고 카페.

@1. 감자빵에 눈이 돌다

이튿날이 밝았다. 숙소는 참 조용했다. 우리는 늘 스트레스와 책임감이 중심이 되는 빠른 속도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곳에서 만큼은 그 모든 게 멈춰진 것 같은 순간이었다. 잔잔하고 고요한게 참 마음에 들었다. 최근 일적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터다, 항상 일은 번에 터진다고 하기에 그 일들을 그저 하나씩 헤쳐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일이 되고 내가 속에 있게 되니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짧은 여행은 나의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잠시 도피를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매혹적인 숙소를 뒤로하고 인근 유명한 감자밭카페를 방문하기 위해 움직였다. 평소 식사량이 많지 않은 언니와 나는 감자밭에서의 빵으로 아점의 끼니를 때우면 될 것 같았기에 간단하게 물 한잔만 마시고 출발을 했다.




감자밭카페에 들어서자 고소한 빵의 냄새와 평화롭다 싶을 정도로 작게 지저귀는 새소리에 은근한 긴장감이 날아갔다. 그 바람에 욕심을 부렸다. 빵을 종류별로 2개씩 골라 담고 계산을 해버린 것이다. 분명 언니와 나는 각자 1개의 빵을 먹고 음료를 마시면 배가 부르다고 기분 좋게 웃을 사람들인데 말이다. (그래서 혼났다 언니한테...) 어쩌겠는가 빵 냄새가 그리고 그 매장 안 포근한 분위기가 내게 음식 욕심을 주던 것을. 



그리고 언제나 고양이님, 이곳에서도 역시나 마주친 고양이님 아주 한가로운 삶을 살던데 조금은 부러웠다.


조금 기다리자 우리가 주문한 빵과 음료가 나왔다. 음료와 빵을 들고 우리는 고민도 없이 바로 뒤뜰 공간으로 향했다. 어디에 앉아야 잘 앉았다 소문이 날까 자리 선정에 연연하다 우리는 바람에 부드럽게 바스락거리는 나뭇잎들이 늘어선 아래의 앙증맞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적당한 바람, 잔잔하게 들려오는 새소리 그리고 풍성한 꽃밭들에 자연 그 자체가 나를 초대하는 것 같아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2. 걷는게 좋지만 가끔은 순간이동을 하고싶기도

감자빵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언니를 여행메이트라 자칭 지칭하는 이유는 많고 많은데 그중 가장이 걷는 걸 좋아하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즉흥적이었다. '청평사'를 걷기로 한 것은..(비가 온 뒤라 조금 힘..들...었다..)



청평사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광활한 대자연에 압도되었다. 평일이라 관광객도 많지 않았고 그냥 모든 것이 잘 들어맞아 굉음 없이 잘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모든 것이 좋았다. 주차를 해두고 이제부터 걷기 시작이라는 것을 알기에 무거운 짐들은 차에 두고 신발이며 옷을 단단히 정비했다. 조금 걷다 보니 푸른 강과 푸른 하늘이 만나는 신비로운 청평호가 눈에 들어왔는데 더불어 호수에 반사되는 햇살이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했다. 사진을 몇장을 찍었는지 모른다. 


청평사로 가는 산책로는 정말 잘 마련되어 있어 걷기 좋은 환경이었고 숲 속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비온 뒤 풍겨오는 숲의 촉촉한 냄새와 더불어 푸릇한 나무와 식물들이 아우라져 자연이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에 참 다행이다 싶은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걷고 걸으며 작은 폭포도 만나고, 옛 전설이야기도 발견하며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오르니 점차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온전한 자연의 품 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었을 때에는 눈앞에 하늘 높이 뻗어있는 듯 한 사찰의 당당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고, 그저 '우와~' 하던 감탄사만 연신 나왔다.


참고로 청평사에서는 사찰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내가 갔을 시기 이는 해당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 않았지만  예배 체험, 차례 제사 체험, 명상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이 있거나 일상에 놓치기 쉬운 소중한 순간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얻어보고자 한다면 프로그램 일정을 확인하고 방문해도 좋을 것 같다.


경고문 너무 어마무시해서 확대해 4컷 찍었다


@3. 핑크뮬리 찾아 삼만리

가뿐하게 산책을 마치고 나니 우린 또 커피가 고파왔다. 여행지에서 꼭 방문하거나 자주 방문하게 되는 곳이 사람마다 다르고 다양하겠지만 우린 주로 카페를 많이 찾아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기본적으로 둘 다 커피를 너무 좋아하고 원두 취향도 비슷할뿐더러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아서 한참 구석구석 둘러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쉬엄쉬엄 하산을 하며 찾아본 곳은 바로 '유기농카페' 날씨는 마침 가을이었고 시간도 조금 후면 노을이 지려는 시간때 였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유기농카페에 방문한 우리는 예쁜 풍경에 감탄을 끊임 없이 했다. 핑크뮬리와 푸른하늘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아름다운 조화는 참 예뻤다.


카페는 입장 팔찌를 착용해야 핑크뮬리밭으로 갈 수 있는 형태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유유자적하게 시간도 보내고 그냥 무얼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공간이었다. 느낌특히 카페 내부로 들어가면 곳곳에 자리한 앤틱한 가구들이 눈에 띄며 이곳만의 유니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리는 날씨가 좋아 내부좌석이 아닌 외부좌석에서 자연바람을 맞으며 핑크뮬리를 두 눈 가득 담았다. 어느정도 커피를 채우고는 카페 옆쪽으로 위치 한 지내리저수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수지 주변으로는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흔들의자들이 비치되어있었고 큰키의 갈대들도 자리잡고있었다.

정말 살포시 부르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가 마음을 뻥 뚫리게 하는 기분을 가득 만끽하며 한 없이 유유자적하게 시간을 보냈다.




치열한 일상에서 조금은 덜 치열해도 되는 비일상으로 향하는 문은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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