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유 Oct 18. 2019

조커(Joker)

조커를 연기한 명배우들...... - 영화 리뷰 에세이

l  조커들 - 잭 니콜슨, 히스 레저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까지


유명 배우의 명연기를 그것도 스토리와 연출, 시대적인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말한다는 것은 약간은 모순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토드 필립스의 조커를 논하는 데 있어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일 것도 같다. 

배트맨(Batman 1989년작)


잭 니콜슨은 당대 연기파 배우로 손꼽힐 만큼 유명한 배우였다. 특히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1975년작: 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를 본 사람이라면 이 의견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연기한 조커는 배트맨(마이클 키튼(Michael Keaton))보다 더 돋보였다. 그럼에도 배트맨은 단순히 범죄를 저지르다 화학약품에 의해 얼굴이 기괴하게 변했고 화학약품으로 고담 시민의 표정을 웃게 만들려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을 가진 악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했다. 또한 미국에서의 많은 팬들은 날씬하고 광대 같은 조커가 통통하고 둔해졌다는 실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Batman No.1 1940년 작



조커는 1940년 코믹스에서 배트맨의 첫 번째 적수로 처음 등장했다. 다물어지지 않는 기괴한 미소, 초록색 올빽 머리는 연쇄살인마 조커의 상징과도 같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시대를 거치면서 조커는 다양한 모습으로 보인다. 코믹스가 청소년에게도 읽히면서 단순히 웃긴 악당의 조커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어두운 이미지의 악당이 되기도 하였다. 


처음 배트맨이 영화로 등장했을 때는 누구나 볼 수 있는 희화화된 악당 혹은 영웅에 불과한 캐릭터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캐릭터가 담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을 다루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것은 아마도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 시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배트맨의 양면성을 좀 더 깊이 있게 보여주려 했던 그의 시도는 가장 배트맨 다운 크리스천 베일(Christian Bale)을 창조해냈다. 그리고 잊지 못할 조커 캐릭터 히스 레저(Heath Ledger)가 여기서 등장한다. 


배트맨 다크나이트(2008년작)


배트맨 다크나이트(2008년작)을 처음 보았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잘 들리지 않는 크리스찬 베일의 대사가 엄청 거슬렸는데(그의 발성은 미국에서 당시 많은 사람들이 희화화했다) 히스 레저의 명연기는 그 사실을 싹 잊게 만들 만큼 강렬한 그 무엇이 있었다. 잭 니콜슨의 조커가 단순히 사이코패스의 캐릭터였다면, 히스 레져의 조커는 뭐랄까 뭔가 어두운 그늘이 있는 그렇기 때문에 사회를 증오하는 그런 캐릭터가 되어 있었다. 배트맨의 기조와 같은 느낌을 만들어 내려는 작가와 연출가의 주문이 있었겠지만, 이를 완벽히 소화해내어 자신만의 조커 캐릭터를 완성한 히스 레저의 공이 가장 크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런 그가 유명을 달리했다니 무척 마음 아파했던 기억이 난다. 


형 리버 피닉스와 동생 호아킨 피닉스


그리고 그런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들을 기대한 채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호아킨 피닉스는 아이다호(1989년작)에서 키아누 리브스와 열연한 리버 피닉스(River Pheonix)의 동생이다. 당시 리버 피닉스의 인기는 제임스 딘에 버금갈 만큼이었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70, 80 세대의 여성 분이라면 아마도 기억할 텐데, 지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정도랄까? 아무튼 그만큼의 인기를 누린 하이틴 스타였다. 하지만 히스 레저와 마찬가지로 약물 중독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다. 


 형의 스타성에 조금은 가려진 호아킨 피닉스는 글래디에이터(2000년작)의 코모두스 역이나 그녀(2013년작)의 테오도르 역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형보다 주목은 덜 받았지만 강렬한 악역에서 순수한 싱글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을 소화할 만큼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배우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조커(Joker)라는 제목이 어떤 스토리일까 하는 추측을 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어떤 스타일의 조커일지 전혀 예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포스터에서 본 조커의 이미지는 뭐랄까 해탈(?)에 가까운 느낌었다고 할까? 그 느낌만 갖고 극장을 찾았다. 


영화를 보기 전 지인으로부터 조커가 끝날 때는 사람들이 침묵한 채 조용히 나간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대로였다. 아무도 어떤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극장을 빠져나갔다. 아마도 영화 조커가 주는 여러 가지 메시지들을 곱씹어 보느라 다들 생각에 잠긴 듯한 느낌, 예상하지 못한 어두운 영화 때문에 우울한 느낌 등등으로 인해서였을 것이라 추측된다. 필자는 홀로 영화를 감상했기 때문에 미치지 않은 이상 혼자 떠들며 나오지는 않았을 테니......



그의 조커는 한 마디로 말하면, 히스 레저의 조커 이상의 무엇을 보여준다. 작가와 연출가의 깊이 있는 시선만큼이나 그의 연기는 조금씩 조금씩 광기를 담아간다. 하지만 그 광기는 배트맨(1989)의 조커도, 배트맨 다크 나이트(2008)의 조커도 아니다. 인간 조커에 대한 것이다.


조커의 웃음이 장애로 인해 발생했다는 설정부터 이 영화의 어두운 면이 예정되어 있지만, 그가 사람들을 통해 사회를 통해 점차 버려지는 과정은 슬프다 못해 처절하다. 조커의 광기를 만드는 것이 누굴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심신미약자들의 살인 행위들이 과연 오로지 그 사람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일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한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배트맨의 조커라기보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내는 장애인 범죄자의 모습에 더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들을 보여준다. 


훌륭한 스토리, 명품 연기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사실이지만, 이 이야기가 조커 비긴즈라면 배트맨의 조커의 탄생기라면 그러기에는 너무 슬프고 그러기에는 너무 현실적인 묘사들과 사회적으로 내포하는 의미들이 마치 문학작품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필자는 이 영화가 배트맨의 조커가 아니라 아서 플렉(극중 이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기대를 벗어난 실망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감동받기 위한 것이 아닌가? 그것이 시원시원한 재미이든, 무릎을 칠 만한 반전이든,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든 간에 말이다. 이 영화는 후자에 가깝다. 그리고 그 정수를 보여준다. 스포일링을 하기 싫어 스토리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그만큼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다. 혼자 보는 것도 추천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