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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 Oct 24. 2019

예수가 부처의 제자였다고?

맨 프롬 어스(The man from Earth, 2007)

| 이 영화는 종교에 대한 도전이 아닙니다.


어느 한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과 작가가 가진 다른 생각이라는 포용적 관점에서 이 글을 읽어주시길 당부드린다. 세상에 다양한 종교가 존재하듯 생각도 다양함을 인정한다면 그다지 불편할 일도 없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부끄러운 짓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혹시 이 영화가 자신의 신념에 반한다면, 이렇게 생각하시길......


| 우리의 상상력은 충분한가?


 문화콘텐츠라는 학문이 대학에 새로 생긴 지도 벌써 십여 년이 지났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해 온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에서 개인의 상상력과 창조력이 중요하게 된 일종의 기점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할리우드에서 쏟아지는 히어로물이 개봉되면 거부감이 없이 극장을 찾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80년이나 된 배트맨의 역사가 많이 부러웠다. 왜 우리는 이런 캐릭터가 없을까? 아쉬운 생각을 갖다가도 요즘 한국영화의 기발한 상상력이나, 카카오의 캐릭터들을 보면서 그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문화산업에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가슴 한 켠에 생기기도 한다. 아직 갈 길은 멀겠지만……


모든 상상력은 합리적 의심에서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그 서구 문화의 상상력의 원천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우리는 그만큼의 자본이나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저런 콘텐츠를 만들 수 없어’라는 주장을 예쁘게 반박하는 저 예산 영화다. 심지어 일반적인 영화의 공간성도 무시한 채 주인공의 집에서 모든 서사가 이루어진다. 이런 단순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영화의 예가 뭘까 고민해보다가 ‘곧세우마 금순아’, ‘해리포터와 아주 까만 여죄수’와 같은 기발한 제목의 성인물 외에는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콘텐츠인데 공간이 무엇이 중요하랴?



 | 왜 남과 다른 상상을 할 수 없는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도덕적 잣대가 엄격한 사회일수록 상상력의 제한을 받는 사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과거를 돌아볼 때 ‘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파격적인 행동들은 모두 사회의 지탄을 받아왔다. 사회적 통념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밀어내는 방식은 때로는 잔인하기까지 하다. ‘설리’ 또한 그 희생양 중에 하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유학시절 학교 파티에서 ‘성’에 대한 대화를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는 학생들을 보며 적지 않게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오히려 그런 대화들이 ‘성’을 더 건전하게 만들기도 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생각들은 저마다 달랐지만, 주체성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비도덕적이고 문란한 사회가 상상력이 풍부한 사회가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자유로운 창작과 상상을 위한 표현의 자유, 스스로의 정치적 검열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그런 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물론 권력이 검열을 하지 않는 조건도 필요하지만…….

(성인물의 제목들을 보니 결핍이 상상력의 산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 이 영화의 매력.


 ‘만약 후기 구석기시대에 태어난 사람이 현재까지 생존했다면 어떨까?’가 주인공인 존 올드맨이 그의 송별회에 모인 사람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다(사실 필자는 김은숙 작가님의 명작 드라마인 '도깨비'를 봤을 때, 존 올드맨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질문을 시작으로 각 분야에 정통해 있는 교수들이 대화를 시작한다. 실제 14,000년을 살아온 존은 이별하기 전에 좀 더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에 질문을 던진 것이지만, 사람들은 그의 가정에 흥미로운 반응을 보인다. 인류학에서 생물학,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존 올드맨은 그들이 알고 있던 상식을 파괴하며 그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게다가 그는 부처의 제자였기도, 예수이기도 한 어마어마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에 영화를 보는 내내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처음으로 이 영화를 볼 사람들을 위해 반전 요소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그러면 영화가 시시해질 것이므로……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분이라면 이 영화는 엄청나게 매력적일 것이다.



| 음악

 

 예술가들이 과학적인 신개념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들을 하는 과정에서 이 음악이 흐른다. 혹시 이 음악을 찾을 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 베토벤 교향곡 7번 A장조 2악장

 https://www.youtube.com/watch?v=g2KFJ4qppvo

https://www.youtube.com/watch?v=vCHREyE5G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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