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산하 Feb 07. 2023

공동체인류_공동체로 살아볼까해요

시궁창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다

우리의 첫 시작은 40년 된 낡은 아파트였다.

 ‘신혼집이란 당연히 작게 시작하는 거지!’라는 나의 호기로운 생각도 아이를 낳고 아이의 짐이 산더미가 되어가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집에 물건을 맞춘다 했던가. 아무리 집이 작아도 아이 물건은 없어선 안 될 꼭 필요한 필수 아이템처럼 느껴졌고, 그렇게 이고 지고 꾸역꾸역 살아가던 어느 날…. 

    

아이가 점점 걷고 뛰기 시작하니 이제는 층간소음이 내 뒷목을 잡았다. 

한 번도 얼굴 뵐 일 없던 아래층 주민과 부끄럽게 마주쳐야 했다. 

나는 ‘걷는 재미를 느끼는 아이’와 그 걷는 아이 옆에서 ‘더 성큼성큼 걷는 남편’을 닦달하는 무서운 엄마와 마누라가 되고 말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새로움의 연속이구나.”  

   

솔직히 기저귀 갈아주고 배고플 때 잘 먹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늘어나는 짐과 이웃 간의 문제는 예상치 못한 임신만큼이나 예상하지 못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짐도, 이웃 문제도 예고편에 불과하였으니… 나에게 스트라이크 펀치를 날린 건 어린이집이었다.   

   

도우미, 친정엄마 없이 오로지 남편과 내가 일정을 조정해가며 아이의 등·하원을 책임져야 했다.

 그러니까, 불쌍해서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육아 독립군! 쭈구리 워킹맘이 바로 나였다. 

그런 나에겐 일찍 문을 열어주고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어린이집이 이 세상의 등불이요, 사랑이고, 전부였다. 

슬프게도 조건이 맞아 잘 다니고 있던 어린이집은 아이가 4세가 되면 졸업해야 했다. 

짬짬이 7세까지 다닐 수 있는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았지만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아무리 맞벌이라 해도 한 자녀 아이를 가진 부모에겐 기회가 없었다.

 일찍 문을 열어주고 늦게까지 돌봐주는 국공립 어린이집 순번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치사하고 더러우면 아이를 하나 더 나으라 하던데….) 


유치원은 추첨제인데 이것도 하늘이 ‘Pick’ 하는 거란다. (나 같은 똥손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렇게 아직 벌어지진 않았으나 곧 벌어질 어린이집 졸업을 앞에 두고, ‘이래서 엄마들이 사표 쓰고 하나같이 집으로 이직을 하는 거구나’ 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울 때…  

   

“공동체 주택의 조합원을 모집합니다.”     


우연히 매력적이면서도 모호하고 신비한 타이틀을 클릭하고야 말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