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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산하 Feb 23. 2023

공동체 인류_어린이집 설립이라니...

초짜라서 용감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였다

나와 남편은 지금껏 유리지갑으로 회사만이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만년 직장인들이였고 

창업이란 해본적도 상상도 못해본 자들이 아닌가...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한번 해봐”


이 말은 남편이 아내의 일을 적극 적으로 지지하는 의미가 아닌 자신은 발을 뺄 터이니 너가 알아서 잘 하라는 소리로 들리는 건 내가 지금 엄청 배배 꼬여서 그런건 아니겠지...

난 이렇게 격려인지 꽁무늬 빼기 인지 모르는 남편의 독려 속에 시작부터 험난할 것이 예상되는 어린이집 설립 준비에 돌입했다


“어린이집 설립 준비 위원회”


첫 어린이집 설립 준비 모임이 있는 날

함께 모일 7~8 가족들의 명단을 보며 이 분들 중 분명 전문가도 있을테고 경험이 있거나~

리드해 주실 분이 있을거라 생각하며 난 그저 이 분들을 도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허드렛일이나 해야겠다는 것이 바로 나의 작전이였다

절대! 네버! 중책은 맡지 않겠다! (나같은 초짜에게 일 맡길 사람도 없겠지)

아무일도 안하기엔 혹여나 개원을 못하여 낯선 동네로 이사까지 오는 나에게 더 큰 시련이 될까 싶어 발은 담그되.. 아주 살짝~ 티 안나게 (이런걸 가지고 무임승차라고 했던가) 지내보려한 거다

묻어가기 좋게 튀지 않는 옷을 입고 첫 모임에 참석해 한국사람들이 첫 만남에 항상 한다는 자기소개를 하면서 내가 계획한 빅피쳐도 실행에 옮기지 못할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린 모두 초짜들이였으니까...


직접 말은 하지 않았지만 워낙 얇은 지식들을 소유한 (그 지식이 팩트인지도 확인 불가한) 우리들이였기에 누구에게 기대고 기댐을 받는 사이가 되지 못할거라는 것을 우리는 서로 직감했으리라...

아무도 어린이집 설립에 관해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입주에 맞춘 개원도 불투명한 상황이였고 만약 개원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된다면....

이건 내 인생을 걸고 기필코 성사 시켜야 하는 일이잖아!!


“가보자!! 앞으로”


이가 없다면 잇몸으로! 모르면 지금부터 배우면 되는거니까

두드리면 열리겠지 그렇지요? 부처님, 예수님, 성모 마리아님....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했다 꽤나 힘든 앞날을 앞에 두고 우리는 전우애를 다지는 군인마냥 음료수 잔을 기울이며 밥 한그릇을 뚝딱 함께 먹고서야 헤어졌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사람처럼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그날 밤은 참 유난히 길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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