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 않으면 팔릴 일도 없다.
남의 물건과 서비스를 팔아주는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이 일에 꽤나 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잘 못하는 일이 있다. 바로 나 스스로를 판매하는 일이다.
다른 사람은 기가 막히게 팔아주면서, 정작 나는 잘 팔지 못 했다. 나를 파는 일이라고 해서 원리와 방식이 다르지 않을텐데 말이다. 방법을 알면서 그동안 못 했다는 것은, 그냥 안 한 거다.
남을 팔아주는 일은 뿌듯함과 실적왕 이라는 그럴듯한 표창을 주지만, 내게 별다른 실질적인 이득을 안겨주지는 못 했다. 매달 10억에 가까운 매출을 만드는데 나는 당장 수중에 1억도 없으니 말이다. 내가 팔아준 사람들은 나날이 성장하는데 나는 몇년째 제자리인 것을 깨닫고 나서야 결심했다. 이제 나는 나를 팔고자 한다.
팔면 누가 사주기는 하고?
나는 어떻게 해야 팔릴 수 있을까.
오랜 정체기를 겪으며 깨달은 사실이 있다. 팔지 않으면 팔릴 일도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 놔도 판매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스마트스토어에 등록하고 커머스에 올리는 정성이 있어야만 세일즈가 발생할 수 있다. 나를 파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나란 상품을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해야만 내가 팔릴 수 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접수했던 지난주 화요일은 내게 기념비적인 하루이다. 이날 하루에만 크몽과 탈잉에 서비스를 등록 신청했고, 링크드인을 개설했다. 클래스101과 클래스유 측에 온라인 클래스 개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두곳 모두 긍정적인 회신을 받아 금주 미팅 예정인데, 곧 소식을 전해보겠다.) 아직 최종승인이 난 것은 크몽 한곳 뿐이지만, 드디어 나도 나를 판매하는 매대가 생겼다.
이제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몇 건의 판매를 발생시키고, 좋은 후기를 쌓고, 필요하다면 광고를 돌리면 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상품이 좋다면 결국 잘 팔릴 것이다. 나란 상품을 일단 매대에 올려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나의 성취는 나의 실력보다도, 남들이 주는 기회와 비례했다. 내가 더 실력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은 게 아니라, 남들이 나를 신경써 주는 만큼 기회가 주어졌다. 돌아보면 수동적인 태도 때문에 정말 많은 기회를 잃었던 것 같다.
방법은 잘 모르지만 일단 뭐든 다 해보려 한다. 플랫폼 이라는 가판대에 적극적으로 나를 올려볼 생각이고, 필요하다면 염가로 판매해 후기도 쌓아볼 예정이다. 민망이야 하겠지만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에 마음을 졸이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지금까지 남의 물건은 백억을 넘게 팔았는데, 나 하나 파는 게 어렵지 않지 않겠나.
혹시라도 딱한 마음이 든다면, 하나 구매해 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