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화요일
작심삼일을 지나고 4일째 되는 날이다. 잠이 깼는데 몸이 아직 깨지 못한다. 몸이 힘들다기보다 기분 좋은 노곤함이랄까? 게으름을 떨고 싶은 만큼 뒹굴거리다 기분 좋게 잠을 깨고 일어났는데 4시 반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다. 지금 시간이 낯설지않다. 첫째 날 둘째 날 2시 전후로 일어나서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고는 몸과 마음에서 '새벽' 시간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같다.
어제일기 (3월4일 월요일)
새벽을 사용하다 보니 하루가 길어질 뿐 아니라 더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어제는 늦잠까지 푹 자서인지 낮잠도 없이 하루를 보냈다.
아침엔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아이들 수업 준비도 했으며 꽃밭 가꾸느라 힘깨나 썼다. 겨우내 풀 속에서 잘 살아준 냉이 밭에 잡초를 정리해 주고, 튼튼히 자란 부추를 옮겨 심어 손바닥만 했던 부추밭을 신문지 크기만큼 늘렸다. 백리향 가지를 정리해서 삽목을 하기도 하고 예쁜 민들레 꽃을 사진에 담기도 했다. 돌을 파내어 꽃 밭을 만들고, 파낸 돌로 담도 쌓고, 길이가 2미터 가까운 뱀처럼 긴 대나무 줄기를 캐내기까지 했다. 광민은 괜한데 힘쓰지 말라고 했지만 힘이 하나도 들지 않고 얼마나 신났는지 모른다.
오후엔 아들 며느리에게 줄 냉이 양념장을 만들고 김도 한 톳이나 구웠다. 엊그제 담은 무 김치도 마침 적당히 익어서 아이들 봄 반찬으로 딱 좋을 것 같다. 마을 언니가 낮에 준 파김치, 내가 직접 만든 오크라차도 넣었다. 다른 때 같으면 광민이 포장을 했지만 오늘은 무거운 돌과 씨름하느라 광민이 많이 피곤해해서 내가 직접 했다.
무엇보다 저녁에 기분 좋은 피로감으로 행복하게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