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짓 자동차를 달려야 하는 곳이었다. 나의 형제는 4남매였는데 어쩌다 보니 내가 제일 마지막으로 남게 되었다.
내가 태어난 곳..
영어가 서툰 엄마아빠가 나를 만나러 왔을 때를 기억하고 있다.
"미국 엄마" 품에 있던 나에게 "한국 엄마"가 두 손을 살며시 내밀었을 때 나는 한국 엄마 품으로 냉큼 안겼다. 일을 마치고 퇴근해서 왔는지 엄마의 손에서는 땀냄새도 났지만 난 그 냄새가 좋았다.
나를 품에 안은 엄마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좋아했다. 난 엄마품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엄마의 냄새를 맡았다.
2022년 6월 2일 엄마는 나를 안고 집으로 온 날이다. 엄마의 처음 생각은 여러 강아지를 보고 나서 결정할 거라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처음 본 나를 아무 준비도 없이 덜컥 데리고 온 것이다. 그날 밤에 아빠는 작은 침대를 사러 가고, 밥그릇을 사 오고, 나를 어디에 둘지 몰라서 막 허둥대던 모습이 생각난다.
엄마는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나를 혼자 둬야 되어서 걱정을 하며 아빠와 의논을 했다. 모두가 출퇴근 시간이 달랐기 때문에 최대한 나를 혼자 오래 두지 않게 하기 위하여 조율을 한 것이다.
그날 엄마가 단호한 각오를 했던 것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전혀 익숙하지 않은 이 집 풍경에 얼떨떨해하고 있는 나를 앉혀 놓고 세상 다정한 목소리로...
"강아지야 (그때는 이름이 없었다).이제 너도 가족이니까 어리다고 계속 너와 함께 있을 수 없어. 왜냐하면 우린 돈을 벌어야 돼. 엄마아빠 출퇴근 시간을 최대한 조절해서 할 테니 잘 따라줘. 기다리는 시간이 좀 지겹고 길더라도 견뎌줄 수 있지?"
이러면서 정말 그날부터 아침 6시에 일어나 작은 뒷마당에 가서 바람을 느끼며 앉아 있거나 인형 던지기를 했었다. 그렇게 30분 이상 놀아주고 엄마는 안쓰러운 인사를 남기고 출근을 하면... 2층에서 아빠가 일어나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는 나를 미워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엄마처럼 야단스럽게 대하지는 않았다. 집안에서 개를 키운다는 게 썩 내켜하지는 않았나 보다.(2년이 되어 가는 지금은 완전 나의 매력에 빠졌지만)
아빠까지 출근하고 나면 낮잠을 자다가 이곳저곳 주방과 거실 전체를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기도 하고... 그러다가 이웃집 친구들 소리에 깜짝 놀라서 후다닥 쿠션밑으로 숨기도 했다. 엄마가 수면에 도움이 되는 음악을 켜 놓고 갔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오후 4시가 되면 엄마가 돌아와서 우쭈쭈 하면서 나를 안아주었고 저녁밥을 먹을 때까지 나와 놀아줬다. 난 그 시간이 제일 좋았다.
내가 너무 어리고 다리도 짧아서 2층까지는 오르내리다가 다칠까 봐 난 1층에서 잤다. 주방 거실을 겸한 1층 전체가 나의 영역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