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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맘 May 06. 2024

아프니까...

진짜 아프다

토요일 오후내내 아파왔다.

머리가 찌근거리고...

토할 것 같고...

애꿎은 탄산만 마셔댔다


애꿎은 진통제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토요일도 출근을 했다.

직장은 약속이니까..

밤새 더 아파왔다.


진통제의 도움을 받았다.

일요일 아침 헛구역질까지 더해져서 변기 앞에 쭈그려 앉았다. 간밤에 빈속에 먹어댄 진통제의 효과인 듯...


눈을 뜨고 있는 것이 힘들고...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작은 빛마저 눈이 부셨다.

베이지색에 가까운 벽을 쳐다보는 것조차 눈이 아팠다. 두통으로 헛구역질까지 오니 위장에 무언가를 채워야 할 것 같아서 남의 편 아저씨에게

콩나물과 김치에 밥을 넣고 삶아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교회 다녀와야 된다고... 다녀와서 해줄게 그런다.


교회에 다녀와서 해준단다.

하나님의 법은 그런가 보다.

내가 아는 하나님과 다른 것 같다.


내 유언장에 한 줄 더 추가할 것이 생겼다.

나의 장례식엔 남의 편은 참석하기를 거부한다고...


10년 가까이 살면서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하며 살아온 내가 또 한 번 무너지는 순간이다.

(아플 때 위로가 되지 않으면 서러운 법이다)


남이 상처받든 말든

자기 기준에서 맞는 말이 옳은 말이라 여기고

가족의 마음보다 남의 마음을 더 헤아리고

남들 앞에서는 자동차 문도 열어주는

세상 친절하고 다정한 남의 편

가족 간의 관심은 집착 수준이다.

너무 깊은 관심은 난 집착이라 부르기로 했다.


지쳐서 나가떨어진 나는 3년 전부터 교회를 거부했다. 아니 정확히는 남의 편과 같이 있는 시간을 거부했다는 표현이 맞다. 교회를 가지 않는다고 내가 크리스천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교회 다니는 귀한 분들께서

 나더러 교회도 안 다니면서 무슨 크리스천이냐 하냐 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아직은 나약한 인간인지라 매달릴 땐 매달리고... 속상할 땐 하소연하듯 울부짖고...


그리고 난 하나님을 거부하진 않으니까...

단 같이 사는 남의 편 아저씨와의 함께하는 시간을

줄이고픈 마음뿐이다.

같은 직장,

같은 공간의 집,

그리고 교회,


그중 하나를 줄이려니 교회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3년 전 이혼을 요구했다.

죽어도 안된단다.

난 너무 힘들었고 지쳤던 까닭에 벗어나고 싶었다.

내 아들에 대한 인격모독...

내 자존감을 바닥 치게 만들었던 순간순간들...

내가 살기 위해선 방법이 벗어나는 것이다.


남편의 큰아들이(40살이 넘었다) 이혼은 우선 멈춤으로 하고 아버지가 따로 나가살게 하는 건 어떠냐고 그래서 그것에 대한 동의를 했지만(꼭 이혼만이 답은 아님을 알기에) 그것마저 거부한 남의 편...


그래서 그냥저냥 살았다.

밥을 하면 같이 먹기도 하고...

바쁠 땐 각자 먹기도 하고...

원래 기대하는 마음은 원래 없어서

나는 잔소리하지 않는다.

남편 잔소리는 열심히 듣고 살지만 난 내 입에서 잔소리하는 것조차 귀찮을 뿐이다. 무관심이라 말하기도 뭐하고 잔소리하는 동안 감정 에너지가 낭비되는 느낌이다


처음엔 힘들어서 말다툼도 하고 했지만

성격상 변함이 없다 싶으면 내가 변하고자 노력하는지라 무슨 일이 생기면 스스로 마음을 다 비워내는 시간을 오래도록 연습을 한다.

마음을 비우는 연습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서 자주자주 해야 함을 나는 안다.


그리고 이것도 안다.

견딜 수 없는 시련은 주지 않는다 했고

견딜 만큼만 준다 했는 것...


일하는 시간을 늘어났다.

평균 잡아 14시간 정도 일한다.

회사 마치고 집에 오면

투잡. 쓰리잡(집에서 하는 부업)

잠자리에 누우면 그냥 뻗어버린다.

그 와중에 2년 전 분양받은 테리 덕분에 난 난 더 부지런해졌다. 강아지를 키우다 보니 강아지와 대화를 한다. 강아지와 대화를 하다 보니 남의 편도 끼어들어 대화를 한다. 집안에서 키우는 것은 질색이라며 한번 쓰다듬어 준 적도 없지만 내가 강아지와 이야기를 하면 끼어들어서 같이 대화를 한다. 딱히 그 대화 속에서 그를 밀어내진 않는다. 그렇게라도 사람 사는 것처럼 살아야 되는 사회적 동물이 인간이라 생각하니까...


나의 테리로 인해 나와 남의 편은 본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사회적 무리 속에 살아오고 있다.(가정 안에서)

미국에 살면서 교회란 집단속에 속하지 않으면 고립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누군가 말했지만   스스로도  혼자서도 잘해요 스타일이기 때문에 외로움이나 고립 같은 생각을 해본 적 없다.

읽어야 할 책을 몇 권이나 더 구입해 놓았고  테리 때문에 잠시 멈췄던 프랑스 자수도 몇 개나 남아 있으니...

틈만 나면 조금씩이라도 만지작거리곤 한다.

그리고 미국 와서 알고 지낸 몇몇 친구들은 잊을만하면 안부를 챙겨준다


작년에 한국 방문을 한 남편은 나에게 엄청난 선물을 가지고 왔다. 남편 나이가 70넘었으니몸이 나빠지는 건 당연하지만 여러 가지 병명중 정말 가지지 말아야 할 것을 가지고 온 것이다.

"상세불명의 알츠하이머"


남편이 한국에 있는 동안

난 나를 돌아보았다.

술주정뱅이에다 폭력적인 전남편을 피해서 어린 아들 둘과 열심히 살아왔고,

내 몸속에 유일하게 두 개 있는 신장 하나도 남을 위해 주었고,

교회에서도 주일하교 봉사도 열심히 한다고 노력했었는데... 그리고 현재 남의 편인 아저씨와도 마음을 비우며 살아가는 중인데... 난 무엇을 더 어떻게 더해야 하는 걸까? 오만 욕바가지가 내 입에서 다 튀어 나왔다.

내 나이 50 중반 넘어가는데... 난 무엇을 더?어떻게 더해야 하는 것일까?

..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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