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엔 더 잘해볼게~!
6월, 비가 유독 주룩주룩 내리던 일요일, 우리 풋살팀의 두 번째 수중전 리그전에서 우리는 아쉬운 결과를 냈다. 1승 3패. 결과도 결과였지만, 우리의 플레이가 다소 아쉽다고, 우리 스스로 느꼈던 탓이었다. 나 역시, 회사가 바쁘다는 핑계로 따로 연습도 안 하고, 수업도 빠진 채 2주 만에 공을 잡았던 터라, 경기 중 소위 ‘얼타다’가 2번이나 교체가 되었었다. 마음은 누구보다 열심이었는데, 몸이 정말 안 따라주는 느낌이었다.
비를 홀딱 맞으며 치른 경기였는데, 결과도 찝찝하니, 다들 집에 가고 싶지 않았나 보다. ‘야, 비 홀딱 맞은 꼴 좀 봐, 우리 진짜 냄새나겠다!’ 하면서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왠지 모르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자 열명은 감자탕에 맥주를 먹었고, 그래도 집에 갈 수 없었던 그중 몇은 주변을 배회하다가 ‘어, 아직 안 갔어?’ 하고 만나서는 또 빙수와 커피를 먹겠다고 이동했다. 그래, 다들 집에 갈 수 없었던 거지...
감자탕 먹으면서는 굳이 하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이야기들이 나온다, 우리는 오늘 왜 진 걸까. 뭐가 문제였던 걸까. 우리 중 가장 축구를 많이 보는 영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항상 패배한 이유에 대해 듣는 시간은, 필요한데, (아는데), 마음이 아프다. ’ 내가 보니깐, 언니는 오늘 좀 열정이 부족했어. 지난 리그전엔 진짜 미친 듯이 뛰어서 깜짝 놀랐었는데, 오늘은 열정 부족!‘ 늘 여러 사람을 배려하면서 기분 안 나쁘게 유쾌하게 한줄평 해주는 영이의 말에, ’ 그래? 아닌데, 진짜 열심히 한 건데. 이상하네...‘ 하고 얼버무린다. 나 오늘 열심히 뛰었는데... 열정이 부족한 건 아닌데, 몸이 안 따라준 건데... 하고 그 피드백은 부정해본다. 반사!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다 ’띠링-‘ 하고 카톡에 도착한 우리 팀 경기 영상을 차근차근 본다. 아... 느릿느릿 휘적휘젓 뛰다 말다 하는 저 키 큰 영혼은 누구인가. 내가 나를 봐도 열정 부족!!! 이었다. 역시 늘 전체적인 그림을 볼 줄 아는 영이의 평가는 확실했던 것이다. 영상 보고 바로 인정, 그래, 사람은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야 하는데, 늘 그게 참 쉽지 않지. 그냥 인정, 인정!!!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영이에게 종종 묻는다(내가 봐도 별로일 땐 묻지도 않고 조용히 짜져 있는다). ‘오늘 나 어땠어?’ 그러면 그녀는 냉정할 정도로 늘 객관적인 평가를 해준다. ‘언니, 팀이 공격일 땐 앞에 나와줘야지!’ ‘언니, 결정적일 순간에 공 잡으면 제발 한 템포 쉬고 침착하게!’ 언젠가 그녀가 ’ 언니 진짜 오늘 굿!’ 해준다면, 나는 그날 진짜 굿,인 거다. 그날이 오면, 진짜 그날이 온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서로의 인생에 지적질이 금기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각자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취향은 판단의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 정말 가끔은, 누가 나에게 지적을 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야 이년아 정신 차려, 그 길이 아니야! 하고 말이다. 영이처럼 조심스러우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지적질이라면, 언제나 환영일 것 같다.
지난주에도 풋살 미니 경기를 하면서 지적질을 들었다. 나는, 지적질을 들으려고 아주 작정을 하고 끊임없이 묻는다. ‘윤아님, 내 옆에 같이 수비 보는 사람이 앞으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얼타고 있는데 어떡해야 하죠?’ ‘언니, 그땐 중앙을 봐주면 좋죠. 당황하다가 다 뚫려버리면 안 돼요’
지적질을 당하고 나면, 나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어가고 있다.
나는 오늘도, 지적질과 함께, 성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