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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울 Mar 21. 2023

돈을 싫어했던 남자와 간절했던 여자의 결혼이야기

신혼부부의 어긋난 경제적 가치관

1.

잘 살았던 남자와 못 살았던 여자의 결혼 이야기


2.

남자는 금수저는 아니었지만 지방에선 나름 은수저 출신이었습니다.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30살, 집안이 망하기 전까지 돈 걱정은 해본 적 없이 살았죠. 그 남자는 바로! 그래요 저예요.


내 이름은 도울. 탐정이죠. 앗. 입에 익어서 그만;

3.

그런데 어릴 적 저의 집안은 불행했습니다. 단 하루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생각해보니 이건 좀 오버네요. 아주 가끔 행복했습니다. 아주 가끔. 저는 어린 나이에 그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 생각했죠.


4.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부모님 간의 크고 날카로운 고함 사이엔 언제나 돈 얘기가 오갔거든요. 하루 걸러 하루 꼴로.


그래서 이런 만악의 근원인 돈 같은 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 써버렸..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까비염.


5.

20살이 됨과 동시에 한 여자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저와 달리 중학교 때부터 학비와 준비물을 사기 위해 돈을 벌어야만 했죠.


저보다 한 살 어린 그녀. 처음 만난 곳 역시 그녀의 일터였습니다.


6.

그녀는 태어나 한 번도 경제적으로 풍족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님은 종종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하네요.


7.

"돈이 부모고 돈이 스승이다.
개차반 같은 남자를 만나도 괜찮다.
돈만 잘 벌어준다면."


8.

그 말을 자식에게 하기까지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아직도 감이 잡히질 않습니다.


9.

그러나 이를 어쩌나, 장모님. 당신의 딸은 함정에 걸려버렸어요 후후.


내 이름은 고난. 함정이죠.


10.

우리는 10년의 장기 연애 후 결혼을 했죠. 돈이 많아서 불행했던 남자와 돈이 없어서 불행했던 여자가 만난 거죠. 이렇게 적으니 무슨 재벌집 같은데, 스스로 해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있어 보여서 좋네요.


그래서 우리 부부는 오랜 시간 동안 경제적 가치관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몰랐습니다.


11.

모르면 어려워집니다. 어려워지면 멀리하게 되고요. 결국 돈에 대해서 생각하길 그만뒀습니다. 그냥 우리끼리 알콩 달콩 뱃살 찌워가며 재미있게 살았어요. 


12.

그 사이 아이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제야 알게 되었네요.


13.

나의 가장 소중한 걸 지키기에 가장 효율적인 무기는 돈이라는 걸 말이죠. 당신 역시 그럴 겁니다. 제가 감히 장담하건대 차선책을 선택한다면 굉장히 험난하고 괴로울 거예요. 돈으로 해결 하면 아무것도 아닐 일이 말이죠.


14.

이럴 말 할 자격은 없지만 한 마디만 드리자면,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동반자와 등을 맞대지 마세요. 반드시 옆에 서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세요. 자신은 잘 모른다며 눈을 피해 숨지도 마시고요.


이 과정에서 반드시 곁에서 속삭이는 사람의 목소리에만 집중하세요.


15.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경험은 그냥 멀리 차버리세요. 족구 하라고 하세요. 비속어 아니에요. 족구요 족구. 지금 제 말도 족구하는 중이라고 생각하세요.


16.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나는 선택받아서 태어났고 , 내가 꾸린 가족은 내가 선택한 겁니다. 나의 뿌리가 썩었다고 나의 선택까지 썩힐 뻔했지 뭐람.


17.

그리고 제 자식도 그렇게 키움증권. 어?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시크릿 쥬쥬를 안 사주는 대신 진짜 기업의 쥬쥬로 키워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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