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한국 '재'적응기 -1
외국인 아니고 이방인
멜입니다.
무더운 바람을 타고 돌아왔는데 어느덧 찬바람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제 한 달 반.
내 나라, 내 사람들이니 적응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 돌아왔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한국에서의 저는 외국인은 전혀 아니지만 이방인의 느낌이 아직 가시지가 않네요.
잠깐씩 쉬러 온 것도 아니오, 하루 종일 미팅했던 출장도 아닌 정말 내가 핀을 꼽은 곳으로의 서울은 매우 다른 느낌입니다. 쉬었다 가는 곳에 정착을 한 느낌이랄까? 분명히 좋은 것들 투성인데 왜 이러는 걸까요.
어제는 웰컴 회식이 있었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큰 와인잔은 처음 봤고, 먹지 말자 다짐했던 소고기를 정말 오랜만에 먹었고, 대표님의 도돌이표 인사말이 계속되었어요.
옆에 앉은 선배가 몸을 좌우로 격하게 흔들고 앞에 앉은 선배가 일어나서 구호에 맞춰 춤을 추면서 그렇게 술자리는 막을 내렸습니다. 잡히지 않는 택시와 질척거리는 빗줄기, 갈지자로 걷는 선배의 뒷모습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6년 전 서울과 같았습니다.
술은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음을 진실로 오랜만에 깨닫고 나름 흔들리지 않는 걸음으로 걸어왔어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수면실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 자꾸 자리에서 없어지는 사람, 10시부터 해장하러 나가는 사람 모두 - 나의 사람들.
인정하기 싫지만 술을 끝까지 함께하면 은근하게 친해지는 건 사실입니다. 집에 잘 도착했는지 확인해주는 선배와, 내 해장을 걱정해주는 옆 사람. 너무나 인간적 이게도 갑자기 재택을 하시는 분까지 모두 이제 제 사람이겠지요.
어느 장단에 웃어야 할지, 어떤 분에게 맞춰드려야 할지 아직은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지금은 5년 전 모든 것이 피곤했던 연약했던 직장인과 다르고 훨씬 단단해진 어엿한 사회인이기에 한껏 당당하게 아침을 시작해보렵니다. 겨울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고, 그때까지는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져 볼 수 있잖아요.
치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