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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Jul 22. 2022

한국행 편도 티켓을 끊었습니다 - 3

한국인의 정을 제대로 보여주겠다! 

멜입니다. 


그렇게 고통에 찬 한 달을 보내고 거취를 결정하자마자 저는 제주도로 휴가를 보내러 날아왔습니다. 보복 여행이라는 말은 별로지만, 6-7월에 해외여행 3개를 잡아놓은 저를 표현하기에 더한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매달 한 번씩 동남아를 나갈 예정이었고, 한국은 분기에 한 번씩은 들어갈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잡아놓은 스케줄에 발목이 잡혀 저는 이중생활을 했습니다. 


제주도를 쏘다니며 저는 마지막 날을 찍지 않은 지금 회사 걱정과 옮겨갈 회사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생각보다 자주 하였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충분히 시간을 두고 생각한 결론이지만 그렇다고 '다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다음 상사가 그지 같다면? 나 다시 돌아와야 하나? 


그렇게 10일간의 한국 휴일을 마치고 싱가포르로 복귀하였습니다. 물론 일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어요. 진행하고 있었던 딜들을 최대한 마무리하기 위해 분주하였고, 올해 하반기 스케줄들을 서둘러 처리하느라 오히려 더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 와중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팀원이 나갔고, 그 자리를 메꾸느라 팀장은 더욱 분주한 나날을 보냈던 것 같아요. 


싱가포르에 돌아와서 제일 먼저 날짜를 통보하였어요. 이제는 기다릴 수 없으니 HR도 함께 CC 하여 메일을 보냈습니다. 1 month notice를 하기에는 고통받을 팀원들에게 조금 미안해서 2주를 덧붙여 6주로 정했습니다. 정성스러운 팀장의 goodbye 메일이 모두에게 전달되었고, 저는 공식적으로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되었어요. 


싱가포르에서 남은 시간은 2주 남짓. 친구들과 추억을 회상하며 싱가포르를 돌아도 모자를 시간에 저는 다시 마지막 남은 나의 여름 여행을 가야 했습니다. 4박 5일의 호찌민 여행에는 소중한 친구가 한국에서 함께 해주었어요.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니 남은 날은 단 5일. 점심, 저녁, 술 약속을 매일 해치우고 나니 드디어 공항에 홀로 앉아있는 제가 보였어요. 공교롭게 마지막 날은 회사 요트 파티가 있어 동료들과 무척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는 길이 쓸쓸할까 봐 초저녁부터 공항의 스타벅스까지 6시간을 함께해준 친구들에게 온몸으로 안녕을 하며 저는 게이트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한국, 베트남, 그리고 싱가포르에서의 시간들 모두 너무나 급박하게 흘러갔기 때문에 굉장히 센티하게 밤을 새울 예정이었던 귀국행 비행기에서 저는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했어요. 


얼떨결에 싱가포르, 그리고 나의 지난 3년과 안녕을 하고 저는 정말로 정말로 이제는 한국에 사는 당당한 한국인이 되기 위해 한국에 도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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