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온지도 3개월이 넘었어요. 3개월 동안 싱가포르에서 3년 동안 마셨던 술만큼을 마셨고, 친구들도 실컷 본 것 같아요.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오랜 친구들과의 만남이 이렇게 편하고 소중한 지는 알지 못했어요. 한국이구나 싶습니다.
회사는 여전히 힘이 듭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사무실을 배회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마음의 짐은 좀 덜어놨어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을 했는데도 안 되면, 그건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하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곧 끝나는 수습기간, 그리고 연말을 아무 생각 없이 즐기려고 합니다.
해외생활을 기록하려 시작한 브런치에 앞으로 어떤 테마를 기록해야 하나 고민을 시작할 때이기도 합니다. 나의 아이덴티티가 바뀌는 동안 저의 브런치도 바뀌겠는데, 과연 어떠한 인간으로 다시 거듭날까요. 따뜻한 사람, 따뜻한 글로 가는 길목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꿈속에서 살다왔나 싶을 정도로 싱가포르 생활이 너무나 요원 해질 때쯤 다시 방문하려 합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신나는 여행객으로 여행지를 이곳저곳 쏘다니고 싶어요. 얼굴에 나이를 조금씩 묻히고 있을 친구들도, 새롭게 느껴질 음식들도 모두 반겨줄까요. 그때까지.
치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