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먼저 익숙해지는 걸로..
멜입니다.
목요일은 대학원 수업이 두 개나 있는 날! 학식 먹는 날! 예이!
전혀 다른 결의 두 수업이지만 공교롭게도 두 교수님 모두 비폭력 대화법 (Noneviolent Communication, 줄여서 NVC)에 대해서 다뤘습니다. 웃펐던 점은 두 번째 수업 교수님의 아내 분이 NVC로 박사과정 수료를 하셨는데 정작 다툴 때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교수님의 공격 포인트는 "NVC로 박사까지 한 사람이 이런다고? 공부해서 남 주냐?"라는데, 조금 심하게 긁는 것 같았지만 아내 분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였기에(?) 웃고 넘어갔지요. 웃다 보니 몇 달 전 남편과 다퉜던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아이를 낳고 육아방식으로 한 번 다툰 적이 있었는데, 뼛속까지 이과생인 남편이 시간을 좀 가진 후 대화를 시도하는 거예요? 왜 화를 냈는지 설명하고 어떤 기분인지를 조곤조곤 설명한 다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꽁했던 마음이 사르르 풀렸어요. 머리로 이해가 가니까 마음이 안 풀려도 풀 수밖에 없더라고요. 쩨쩨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분명히 나는 피해자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미안한 감정이 더 커졌습니다. 수일이 지난 후 생각해 보니 남편의 화법은 NVC와 정확하게 일치했어요. 정작 이 내용을 여러 번 배운 나보다 안 배운 남편이 이 기법을 쓰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는 심지어 전공자인데! 그리고 반성했지요. 정말 배워서 남 주는 사람이 여기에 있더라고요.
NVC는 4가지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1. 관찰 (은 평가가 아니다)
2. 감정 (은 생각이 아니다)
3. 욕구 (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4. 요청 (은 명령과 지시가 아니다)
예를 들면,
관찰: 이번 주 월요일과 화요일에 늦게 일어나서 지각을 했구나.
평가: 벌써 이틀 연속으로 늦게 일어나서 지각했어 너!
감정: 생기부에 적혀서 나중에 네가 후회할까 봐 걱정이 되네.
생각: 너 그러면 친구들이랑 선생님이 뭐라고 하겠어? 어?
욕구: 조금만 일찍 일어나서 제시간에 등교를 했으면 좋겠어.
요청: 내일부터 조금씩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해보는 것은 어떨까?
명령: 내일도 지각하면 알지? 아침에 내가 6시부터 깨울 테니 각오해.
사실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로젠버그 박사님 말씀처럼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에요. 까먹은 거예요. 왜 까먹느냐? 그렇게 교육받기 때문이에요. 신학자 월터 링크는 우리가 약 5000년 전부터 빗나갔다고 말합니다. 성악설을 믿기 시작하면서 폭력성이 대두되었고, 어렸을 때부터 폭력을 즐기도록 교육받습니다. 아이들의 만화에서도 때려 부수는 행동들이 대다수이고, 이런 언행들이 자연스러워지면서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버렸어요.
현재 우리는 옳다/그르다. 좋다/나쁘다. 정상/비정상으로 세상을 나누고 자신의 신념과 다를 경우 비난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다툴 때는 누가 옳은지 따지는 것에 혈안이 되지요. 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은 '벌 주기'입니다. 내가 옳으니 너는 벌을 받아야 돼!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그대로 아이의 양육관에도 적용됩니다. 부모의 관점에서의 옳고 그름을 아이에게 은연중에 주입시키고 아이는 그대로 자라서 똑같이 자신의 아이를 양육할 겁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0bk0X5OILjY5LKidJdhBoKcFde17zhC
상담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평가하지 않고 대화하기'라고 합니다. 개방형 질문으로 말이죠. 하지만 말이 쉽지 오지게 어렵습니다. 심지어 "요즘 어때?"라는 순수한 안부를 묻는 문장에도
- 요즘? 요즘은 어떤 지 물어보는 거야? 예전이랑 비교해야 되는 건가?
- 어떠하냐고? 내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는 거야? 내 생활이 어떤 지 물어보는 건가?
라고 대화를 가둡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순수하게 질문하는 것.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정도가 되어야 평가가 배제된 대화의 시작이라고 하니 얼마나 어려운 지 알 수 있겠죠? 더 문제는 이 질문에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대답할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겁니다.
1. 관찰 (은 평가가 아니다) -> 첫 부분부터 너무나 큰 산인 것이죠!
2. 감정 (은 생각이 아니다)
3. 욕구 (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4. 요청 (은 명령과 지시가 아니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나부터 NVC로 사고하고 대화하는 것. 아이는 나의 거울임을 항상 잊지 말고 평가하는 말은 의식하는 선에서 될 수 있으면 지양하는 것. 객관적으로 관찰한 것을 설명하고 아이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도록 감정의 단어들을 많이 알려주는 것. 자신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도록 가르치되 상황에 따라 요청이 거절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도록 키우는 것. 그리고 엄마인 나 또한 지속적으로 까먹을 것이기에 부지런히 되새김질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아래 영상은 로젠버그 박사님의 NVC 입문과정입니다. 강의 자체가 무겁지 않고 재미있기까지 해서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이 영상으로 가볍게 NVC를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j0bk0X5OILjY5LKidJdhBoKcFde17zhC&si=GsqQC4n3Otg3xVi6
치얼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