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다.
대전으로 강의를 가는 아침에 라디오를 듣다가 알았다.
목힘줄, 아킬레스건이 발달한 이유가 그래서란다. (나중에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수백만 개의 땀샘도 포유류 최고의 공냉식 장치란다. 이외에도 증거들이 많다)
그때, 앤절라 더크워스의 베스트셀러 <그릿>이 떠올랐다. '끈기'를 말하는 책이다. 노력의 가치를 폄하할 수는 없지만 마뜩하진 않다. 노력만으로 안 되는 일은 수두룩하다. 우린 이미 경험으로 안다. 탱탱 놀아도 시험 잘 보는 친구는 있다. 부모의 양육 방식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운을 당해낼 방도도 없다.
실증주의 경제학자 김현철 교수는 데이터로 입증해 준다. 입양아와 친자의 소득을 추적해 보니 인생 8할은 운이었다.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지가 평생 소득의 50%를 결정하고 유전자가 30%, 자란 환경이 10%를 결정한다. 못 사는 걸 개인 탓으로 돌리는 능력주의에 빠지지 말자는 경고다.
그렇다고 복지 천국이 당장 펼쳐질 것도 아닌데 어쩌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 이현세가 말했다. 천재는 있더라, 때문에 마상이 심했지만, 천재는 먼저 보내주자, 천재도 신의 벽 앞에서는 좌절하고 멈춰버린다, 그냥 꾸준히 하다 보면 천재를 앞서게 된다, 간혹 지구력까지 있는 천재는 즐거움과 혜택을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우린 잠들기 전에 그림 한 장만 더 그리면 된다.
인간이 표범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지는 못하지만 가장 오래 달리는 동물이라는 사실이 위안을 준다. 원래 우린 꾸준히 할 수 있게 진화했다. 104세 김형석 명예교수께서 최근 신간을 냈다. 엄살 부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