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쇼펜하우어가 그랬다. 인생은 결핍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추다. 결핍도 권태도 고통이다. 결핍이 충족되는 찰나에 사람은 행복을 느낀다. 합격, 승진, 성취 등등. 이 찰나를 지나면 다시 고통스러워진다.
2. 그러면 어쩌라고? 찰나의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고통의 원인을 최소화하는 것,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3. 현대인은 배가 고파서 입을 옷이 없어서 잘 곳이 없어서 고통스럽지는 않다. 고통의 많은 부분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 후회, 질투, 불안 등등(*).
4. 생각은 내가 아니다. 생각은 나에게 일어나는 사건이다. 넘어져서 무릎에 피가 나는 것과 같다. 생각은 수백억 시냅스들이 서로 연결되어 벌어진다. 통제할 수 없다. 10분 뒤에 무슨 생각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5. 생각으로 생각을 누르지 못한다. 부정적인 생각을 촉발하는 건 나쁜 '감정'이다. 감정과 생각은 발생하는 위치가 다르다. 감정은 편도체 영역이고 생각은 전전두피질의 영역이다. 편도체는 다스릴 수 있다. 편도체를 다스리는 건 '움직임'이다.
6. 운동을 하면 피가 활발하게 돌고 뇌가 맑아진다. 뇌가 내 몸과 동떨어진 무슨 미지의 세계가 아니라 팔다리처럼 만져지는 육신의 일부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면 쉽게 이해된다.
7. 일본의 70세 현역 디자이너인 아키타 미치오는 '집을 나설 때 좋은 기분을 주머니에 넣어둔다.' 좋은 기분이 행복을 결정한다는 명쾌한 철학이다. 그는 책 <기분의 디자인>에서 마음가짐 처방들을 일러주지만, 어쨌든 하루의 '기분 관리'라는 철학에 동의한다면, 운동은 손쉬운 처방이다.
8. 나는 출근 전에 요가의 기본인 산(山) 자세를 한다. 자는 동안 뻐근해진 몸이 단정해진다. 어깨의 긴장이 풀린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간다. 다리근육, 허리근육의 리듬을 느낀다. 소소한 꿈틀거림이지만 알고 보니 '기분 관리' 중이다.
(*) 인간은 행복이 프로그래밍되어있지 않다. 우리는 생존 기계다. 부정적 생각은 생존을 위한 작용이다. 우울해 보여야 남에게 노출되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불안해야 나쁜 상황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과해서 문제다. 걱정의 대부분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는다.
참고자료:
1, 2 :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4, 5 : <내면소통>
7 : <기분의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