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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수 Apr 28. 2024

고잉 홈

세탁 맡긴 겨울옷들을 찾고 단골 커피집에 들렀다. 아내는 주말 출근했다. 혼자 오긴 처음이다. 의례 커피 매거진을 들춘다. 신간 코너에서 '고잉 홈'이라는 단편소설집을 소개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쭉 빨았다.


고잉 홈. 집을 나와야 성립하는 말. 그곳에서 떠나왔으되 돌아가기가 예정되었다는 말.


어릴 적에 유인촌, 정애리 배우가 주연인 드라마가 있었다. 출세에 눈이 멀어 정애리를 배신했던 유인촌이 처절하게 실패한 뒤에 정애리에게 찾아와 무릎을 꿇는다. 여자는 남자를 품는다. 그 장면이 오래 남았다.


장인께서 몇 주째 입원 중이시다. 심장이식 후 합병증 때문이다. 장모께서도 건강이 썩 좋지 않아 장인 간병인을 따로 두었다. 자식들은 중간중간 병문안을 간다. 장인은 많이 지치셨다. 집에서 떨어져 있는 기간만큼. 


직전 회사 사장은 아버님을 임종 전에 집으로 모셨다. 편안히 잠드셨다. 하지만 집에서 돌아가시면 나라에서 조사가 나온다. 사장은 골치 아파했다. 병원에서 태어나고 병원에서 죽어야 상식이라니.


어제는 강의하러 대전에 다녀왔다. 수강생들도 여러 지역에서 모였다. 금요일에 타지에서 받는 수업이 탐탁할 리 없다. 당겨서 끝내고 나도 서둘러 차를 몰았다. 돌아오는 길은 4시간이 걸렸다. 대전에서 처음 만났던 사람들은 익숙한 사람에게 돌아가 집 밖에서 벌어진, 보통은 뻔하지만 보통이라서 편한 얘기를 나누리라. 우리는 그걸 온기라고 부른다.


아메리카노가 바닥이 드러났다. 곧 아내와 만나 장인께 갈 예정이다. 뻔한 얘기들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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