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토요일 판에서 '박소령의 올댓 비즈니스'를 챙겨본다. 오늘은 실리콘밸리의 명과 암을 다룬 책 <언캐니 밸리>를 소개했다. 화려함 뒤 극도의 효율성 같은. 책 저자는 그곳 실리콘밸리를 떠나 자기 삶을 개척한다. 박소령은 이 과정을 멀미에 비유한다. 차 운전자는 전체 상황을 파악하면서 대응하지만 탑승자의 뇌는 감각기관마다 얻는 정보가 달라서 혼란을 겪는다. 모두 로켓에 타라고 외칠 때 탑승자의 자리에서 멀미를 겪을지 그 자리에서 내려와 스스로 운전할지 어느 날 우리 앞에 선택지가 놓인다.
이른 저녁을 먹고 유튜브에 들어가니 <회복탄력성> 저자 김주환 교수가 인정 중독에서 벗어나는 법을 전한다. 요즘 머릿속 한편에 담긴 주제라 보았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본능이지만 중독되면 불행해질 뿐이다. 이 정도 차는 타야, 이 정도 가방은 들어야 한다는 마음은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만 보는 인정 중독이다. 김 교수는 '내 목에 개 목걸이를 하고 그 줄을 남에게 준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내 감각을 남이 통제한다는 점에서 '멀미'와 같은 맥락이다.
당신 탓이 아니다. 좋은 대학 가라, 좋은 기업 가라, 높은 자리 올라가라고 사회가 가르쳤다. 대한민국 부자 순위가 매년 나온다. SNS는 겉보기 증거들(조작 가능한)로 가득하다. 안 볼까 봐 숏츠로 들이민다. 비교가 종교다.
정혜신은 <당신이 옳다>에서 충고/조언/평가/판단(충조평판)을 버리라고 한다. 인정에 목메면 남의 충조평판에 계속 흔들린다. 내 삶인데 멀미에 시달린다.
안타깝게도 충조평판을 피할 수 없는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1. 그 사람은 나에게 진심으로 애정이 있는가. 아니라면 무시할 것. 대부분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우린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 있다.
2. 악질인 사람은 나를 깎아 우위를 가지려 한다. 자신을 올리지 못하니 남을 낮추려 한다. 들여다보면 불쌍하고 겁 많고 고민 많고 나보다 나을 게 없는 사람이다.
3. 만원 화폐를 구겨도 구매력은 동일하다. 나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4. 책 제목이기도 한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자. 전 세계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애초에 불가능하다. 남에게 맞추려다 내가 소진된다. 양희은 씨의 말처럼 '그러라 그래'. 난 여기서 좀 더 나아가서 이렇게 속으로 말한다. '저렇게 살다가 죽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