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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Jul 28. 2021

단독주택은 좋지만 전원주택은 싫습니다.

딱 그만큼- 만의 애정이랄까요.

가끔 마당 있는 집에 산다고 하면 '전원주택 사셔서 좋겠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올 때가 있다. 나무로 둘러싸인 집. 어디에 시선을 둬도 초록 초록한 풍경이, 실제로 마치 전원에 사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집은 도심 속 주택이다. 육교로 6차선 도로 한 번만 건너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있고, 15분만 걸어가면 지하철 역이 있다. 단독주택은 말 그대로 단독으로, 한 채씩 따로 있는 주택 '양식'이다.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공동주택의 반대말이다. 반면 전원주택은 녹지가 있는 곳에,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게 지은 주택이다.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 공간에 지은 주택을 의미한다. 


단독주택과 전원주택은 엄연히 다르다.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지만, 나한테 '전원주택에 살래요'라고 묻는다면? 절레절레. (아직은) 바로 거절할 것 같다. 


나는 일단 엄청난 겁쟁이다. 어두운 곳을 지날 때면 풀벌레 지나가는 기척에도 '어우, 씨!'를 외치며 팔짝 뛰어오른다. 모든 겁쟁이들이 그렇듯 상상력은 또 어마어마하게 풍부해서 큰 창을 통해 어두운 골목을 바라보면 온갖 생각에 솜털이 바짝 선다. 단독주택에 이사 오기 전에도 '무서울까 봐' 자주 망설였다. (하지만 살아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건 제 브런치북 '마당 있는 집' 07화에 담겨 있습니다. 네. 영업입니다. https://brunch.co.kr/@dye1110/33)


또 나는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고, 미취학 아동과 걸음도 안 뗀 아기를 키우고 있다. (현재는 육아휴직 중입니다.) 한 선배의 지인이 단독주택에 살면서 아이를 한 시간씩 운전해 대단지 놀이터에 내려다 주고, 또 데리러 가다 지쳐버렸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단독주택 공포 시리즈' 정도로 저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 내가 사는 도심 속 단독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아이가 친구를 만나고 싶다면? 육교를 건너면 된다. 


그 외에도 '배달의 민족'이 원활하게 와줘야 한다는 점, '오아시스' 새벽 배송 가능 지역이어야 한다는 점. 어느 정도의 벌레는 익숙하지만 엄지손톱을 넘어선 커다란 다지류를 극혐 한다는 점 등이 '아직은' 전원주택에 살 생각이 없는 이유다. 


단독주택에 살아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시작한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보다 무섭지 않고, 생각보다 생활환경이 괜찮고, 생각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건 '도심 속 단독주택'이기 때문이고, 오래전부터 기반 시설이 갖춰진 주택 단지 안에 살기 때문이다. 산 바로 인근에 있고 나무가 많아 '어느 정도의' 전원'같은' 생활을 누리고 있지만 말이다. 


또 반대로, 막연히 전원주택과 단독주택을 같은 선에 두고 있기 때문에 주택 생활을 망설이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살아보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부분이다.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어 단독주택에 전세로 들어와 살고 있습니다. 

이사 오기 전부터 시작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을 맞은 이야기를

브런치북 <마당 있는 집에 살기로 했다>로 엮었습니다. 


'읽을 만한 글인지' 자신이 없어 시무룩해 있다가.

엮인 글을 보니 우리 가족에게 좋은 기록이 됐다 싶더군요.

그러면 뭐, 된 거 아닌가 싶습니다.


미처 못 남긴 글은 매거진에서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with-y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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