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덕 Dec 13. 2021

그래도 이웃인데, 인사를 해? 말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20층에 사는 녀가 타고 있다. 엘리베이터 안으로 한 발을 내딛는 그 찰나의 순간, 머릿속이 시끄럽다.

'인사를 해? 말아? 어떻게 하지?'

결정을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뇌를 무시하고, 입은 그냥 가볍게 열리면서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목소리 톤은 왜 렇게밝고 높게 나오는지... 


그녀는 오늘도 내 인사를 씹는다. 팔짱을 낀 채 도도한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몇 개월 전으로 돌아간다. 귀국이사를 했던 터라 이삿짐을 던 종이와 박스 등 재활용 쓰레기많을 때였다. 종이를 잔뜩 담은 박스들을 카트에 싣고 엘리베이터를 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그녀는 나와 박스를 위아래로 대충 훑더니

"택배 아줌마, 살 빠졌네."라고 말했다. 

무례함과 거만함이 묻어있는 말투에 적잖이 당황했다. 

"... 저는 얼마 전에 이사 온 사람인데요."

 소개를 했지만 그녀는 입을 다물었더 이상 말이 없었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한 칸씩 내려가는 층수만 뚫어져라 쳐다봤었다.


그 후로 두어 번 더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만났다. 습관적으로 나오는 "안녕하세요?"라는 나의 인사에 그녀는 한결같이 침묵으로 대응했다.  팔짱을 끼고 고개는 45도 위로 들려 다. 쭘함은 내 몫이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나 동네 병원 대기실처럼 작고 폐된 공간에 들어갈 때, 이미 누군가가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경우에는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이 행동은 "당신이 있는 그 공간으로 지금 제가 들어갑니다. 실례합니다"라는 노크와 같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내 입도 자동적으로 열린다. 이웃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와는 달리 인사를 피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는 그저 엘리베이터 인사를 어색해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는 일방적인 나의 인사가 몹시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그래서 전지적 그녀 시점에서 생각해봤다.


'엘리베이터 문 열린다. 아래층 사는 아줌마는 또 밝게 인사를 하면서 들어온다. 진짜 짜증이 난다. 정말 어색다. 몇 번 인사를 안 받아줬으면 더 이상 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는 사이인데 왜 자꾸 아는 척을 하는 건지 답답하다. 눈치가 없는 건지, 오지랖이 넓은 건지.. 하.... 너무 마음에 안 든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 속도는 왜 이렇게 느려 터진 거지? 게다가 이 코로나 시국에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굳이 하는 건 뭐지? 숨 막히는 이 공간에서 얼른 탈출하고 싶다. 저 아줌마 정말 싫다.'


그녀는 이런 마음일 수도 있다는 추축을 해본다.



인사를 안 하는 건 그녀 마음이다. 

엘리베이터에서 그녀를 만나면, 나의 습관적인 인사를 자제해보기로 한다. 하지만 불쑥 인사가 나오더라도 더 이상 불편해하지 않기로 해본다.

그것 역시 내 마음이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