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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덕 Mar 11. 2022

스콘, 영국 여왕의 선택은?

KFC 비스킷은 스콘?

"야이 쫌생아. 일인당 10개씩은 먹어야지. 40개 주세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해태와 삼천포가 인생 첫 KFC에서 비스킷을 주문하는 장면이다. 그 당시 핫한 장소 KFC의 핫한 메뉴 비스킷. 주인공들은 비스킷 납작하고 작은 과자로 생각했던 것이다. 40개의

비스킷을 쌓아 놓은 장면에서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그니처 효과음이 어김없이 나온다. "음매~~"


'응답하라 1994' KFC 장면

드라마의 배경이 된 그 시절, 친구들과 KFC에 자주 갔었다. 따끈하게 데운 KFC 비스킷에 나는 홀려있었다. 비스킷을 반으로 살포시 가를 때 따스한 열기와 함께 터져나오는 수한 냄새. 코 평수를 최대치로 넓히면서 비스킷에 코를 박 킁킁거렸다. 가능하다면 코안 깊숙한 곳에 냄새를 저장해 놓고 싶었다.


비스킷을 잊을 만큼 한참 세월이 흘렀다. 제과제빵 학원에서 스콘을 만든 날이다. "그래. 이 냄새야!" 고소한 버터의 향과 잘 구워진 밀가루 반죽의 담백한 냄새. 가 기억하고 있던 추억의 KFC 비스킷 냄새였다. 스콘 반죽을 동그랗게 대강 뭉쳐서 구우면 KFC 비스킷처럼 먹을 수 있다.


영국 여왕의 선택은?

스콘은 스코틀랜드에서 기원한 영국식 빵이다. 영국 문화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에프터눈 티'에 스콘은 빠지지 않는 메뉴다.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바른 스콘은 홍차와 잘 어울린다.


영국에서는 반으로 자른 스콘에 잼 먼저 바르고 크림을 바를지, 크림 먼저 바르고 잼을 얹을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펼쳐지곤 한다고 한다. 주로 데번(Devon)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크림 먼저 바른 다음 잼을 바르고, 코웰(Cornwall) 지역은 잼 먼저 바른다고 한다.


전직 왕실 세프였던 Darren McGradz은 자신의 유튜브에서 왕실 스콘 레시피를 소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영국 여왕님의 취향은 잼 먼저 바르고(jam first) 크림을 얹은 스콘이었다한다.



스콘을 구웠다. 

크림 먼저 바른 스콘과  잼 먼저 바른 스콘을 각각 먹어봤다. 잼과 크림이 서로 잘 어우러진 두 버전의 맛 식감 똑같았다. 잼 먼저파와 크림 먼저파의 논쟁이라니, 이게 무슨 뽀빠이 근육 처지는 소리인가 싶었다.  아무튼 영국인들에게는 논란이 된다고 한다. 마치 우리의 부먹대 찍먹 논쟁처럼.(탕수육 소스를  부어먹는 부먹과 찍어 먹는 찍먹 논쟁)


독일 살 때 일이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온 아들 친구들에게 탕수육을 만들어 주었다. 부먹의 축축함을 용납할 수 없는 와 우리 식구들은 찍먹파다. 호기심이 발동했다. 탕수육 먹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찍먹과 부먹. 차례대로 맛보게 한 후 어떤 것이 맛있냐고 물었다. "똑같은데. 둘 다 아주 맛있어." 라면서 아이들은 휘뚜루마뚜루 먹었다. 10대 초반의 독일 아이들 인생에서 부먹인지 찍먹인지는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 나에게 잼 먼저 스콘이나 크림 먼저 스콘처럼.


외국인들은 모르지만 그 나라 사람들만이 맛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음식들이 있는 걸까? 혹은 사는 지역이나 가정에식구들 먹던 방법과 맛에 익숙해져 취향이 된 걸까? 영국 사람들에게는 스콘 논쟁이, 우리에게는 탕수육의 부먹대 찍먹 논쟁이 있는 걸 보면 말이다.



나른하고 살짝 출출한 오후에 스콘과 차 한잔으로 영국식 여유를 즐겨본다.

내 미각으로는 도저히 잼 먼저 스콘과 크림 먼저 스콘의 차이점을 찾지 못하겠다.

하지만 부먹과 찍먹의 차이는 안다.

탕수육은 찍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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