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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Jan 01. 2024

생각많은 인간의 임신, 출산 도전기(1)

비록 남들보다 늦었지만

오랜만에 들어온 내 브런치의 글들을 보고 2년전 내 머릿속은 온갖 고민들, 특히 2세계획 문제로 참 복잡했구나 라는걸 느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임신 기간과 출산의 생생했던 순간을 잊지 않기 위해(+불완전하고 생각만 많은 인간의 임신과 출산 도전을 셀프 칭찬하기 위해) 글을 남겨보기로 했다.


나는 어떤 일이 닥쳤을 때나 인간관계에서 남들보다 더 책임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항상 머릿속엔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찬 사람이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더 발전적으로 만든다거나 어떤 해답으로 귀결되지않고 나를 더 괴롭히고 심리학 책이나 유튜브, 다른사람들의 글에서 자꾸 답을 찾으려고 한다.


한 사람이 사람을 낳고 키운다는 것은 나에게는 더더욱 엄청난 일로 느껴졌었다. 남들과의 비교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에게, 아이에게 충분한 금전적인 지원과 정서적 충족을 만족시켜주지 못할 거면 비교라는 지옥은 더 크게 다가올 것이기에. 

경제적으로 충분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그런 어마어마한 일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잘 해내는지를 볼 때 마다 더 자신감이 없어졌다. 나의 자존심과 자존감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아닌 성실한(척 지긋지긋한) 회사생활과 자기계발에서 찾으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집착일 수도 있을.

사실 겉으로는 나는 일을 하는게 더 재미있고 절대 일을 그만두지 않을거라고 선언하며 2세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는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에 대한 묘한 부러움과 나만 동떨어져있는 것 같은 느낌도 가져왔다. 남들이 다 가는 길에서 나만 다른 길로 가고있는 듯한.


한국 나이로 37살이 되었던 작년이 되자, 이제는 어딜 가도 30대 중반이 아닌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에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무언가에 쫒기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생활에서도,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별 스트레스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냈지만 그러한 날들이 지속될수록 인생에서 어떤 새로운 전환점을 필요로 한 것 같았다. 

결혼 전 부터 남편은 2세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대한 내 의견을 존중 해 주었다. 아니 기다려 주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 사이에 나는 내가 임신, 출산을 꺼려했던 이유 중 하나로 내세웠던 커리어와 온전히 내가 하고싶었던 일을 결과와는 상관없이 도전했고, 금전적인 부분도 다는 아니지만 둘이 착실히 채워나갔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생물학적으로 더 늦으면 안될 37살이 되던 해에 남편에게 은근한 나의 임신 의사(?)를 내비췄다. 


내 성격상, '이제 내 마음이 바뀌었으니 자, 임신 준비를 합시다'라고 공식적인 의견을 말하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엽산을 주문한다던지 하는 소심한 방법으로 내 의사를 내비췄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암묵적으로 임신 준비를 하게 되었다.


어쨌든 3년이라는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신혼 생활을 보내고 나도 다른 친구들이 이미 밟고 있는 길을 늦게나마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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