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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뭇펭귄 May 22. 2021

이 노래, 또 먹고 싶어.

방탄소년단 - 'Butter' 리뷰






 BTS 가 새로운 싱글앨범으로 돌아왔다. 감칠맛 나는 제목과 귀여운 앨범 표지는 리스너로 하여금 재생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청각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전에 시각적 욕구와 나아가 미각적 욕구까지 자극하는 공감각적인 마케팅 방식. 노래 제목과 앨범 재킷은 별 것 아닌것 같아 보여도 리스너로 하여금 '일단 눌러보고 싶게 만드는' 욕구를 자극시키는데 중요한 요소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은 앨범 재킷을 내걸은 수많은 음원들을 큐레이팅하는데, 그러한 음악들 중에 가장 먼저 호기심을 자극시킬 만한 요소는 '무언가 눈에 띄는 앨범 재킷, 노래 제목' 이기 때문이다. 'Butter' 라는 노래 제목과 단순하고 사랑스러운 앨범 재킷을 보라. '이 가수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플레이해보고 싶어!' 라는 욕구가 누구에게 들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정규, EP가 아닌 싱글이라면, 자꾸만 손이 가는 핑거푸드 처럼 자꾸 플레이 시켜놓고 싶은 사소하지만 중독성있는 매력어필이 필요할 것이다.

 먼저 곡부터 살펴보자. 곡의 장르를 굳이 특정 짓자면 '레트로 신스 팝'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베이스 라인과 소스는 지극히 '누 디스코(nu disco)' 스럽고, verse A'부터 깔리는 레트로한 신스 코드가 멜로디컬한 맛을 더한다. 이 곡이 일반적인 케이팝과 다르게 '팝적으로' 들리는 까닭은 곡의 분위기가 보편적인 케이팝 작법과 달리 약 - 중 - 강 의 빌드업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케이팝의 경우에 첫 벌스부터 '약' 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이번 Butter의 경우 미니멀한 베이스라인과 보컬 멜로디만을 사용하는 어찌보면 케이팝 작법으로 보았을 때 아주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다. 보통 케이팝은 곡의 시작부터 몰입감을 주기위해 '강' 혹은 '중' 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BTS의 butter는 팝스러운 진행을 위해 약-중-강의 빌드업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겠다.



 또 한가지, 곡에 프리코러스 파트가 없다. 곡의 구성은 미니멀한 베이스라인의 verse A - 잔잔하게 신스가 깔리는 verse A' - 빌드업해온 분위기를 터뜨리는 chorus - 랩 파트가 등장하는 Bridge - 다시 Chorus  로 분석해 볼 수 있는데, 러닝타임이 짧은 이유를 여기서 파악할 수 있다. 보통의 아이돌 곡은 서사적 진행을 위해 pre chorus (verse B)를 집어 넣는 편인데, 이 곡은 곡의 미니멀함을 살리기 위해서 프리코러스를 희생했다. 또한 브릿지 파트에서 분위기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도 일반적인 케이팝과 다른 점이다. 대개의 아이돌 곡들은 브릿지에서 분위기가 빠지면서 극적인 진행을 강조하는 느낌이 있는데, 이 곡은 브릿지에서 코러스의 분위기를 유지시키면서 그 분위기를 결말까지 끌고 간다. 또 일반적인 아이돌 곡에 랩 파트는 verse 에서 등장하지 브릿지에서 등장하지는 않는다. 나의 분석이 잘못 되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곡의 구성이 케이팝 스럽지 않았다.


 이러한 미니멀한 곡의 경우는 소스(source)의 선택과 배치 (베이스라인과 퍼커션에 대한 치밀한 계산), 그리고 전체적인 믹싱이 매우 중요하다. 촌스러운 소스 하나가, 어정쩡한 퍼커션 배치 하나가 전체 분위기를 망쳐 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컬 테크닉이다. 이러한 팝 스타일 음악은 트렌디한 보컬 테크닉, 무엇보다 음색과 리듬감이 중요하다. 팝의 섹시함과 badass 적인 느낌은 동양인이 이해하고 구사하기 쉽지 않다. 그러한 관점에서 동양인이 가장 따라하기 어려운 장르가 'R&B' 이고, 그 다음이 이런 Funky 한 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Butter을 들었을 때는 어쭙잖게 따라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특정 멤버들의 파트가 좀 어색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그룹' 이라는 점이 이를 적절히 상쇄시켜 주고 있다. 특히나 슈가와 RM의 랩파트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이톤인 보컬 파트 멤버들과 상쇄되는 래퍼들의 중저음의 목소리톤이 전체 분위기를 적절히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돌 래퍼는 중저음이어야 하는게 맞는 것 같다.



 안무도 굉장히 미니멀하고 섹시하다. 요즘 아이돌 안무의 특징은 모두가 똑같은 군무를 추는 것이 아닌 전체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Butter의 안무는 정직하고 따라서 팝 스럽다. 이지 리스닝 (Easy Listening) 트렌드에 걸맞는 이지 워칭 (Easy Watching) 적인 요소를 차용하고 있다. 예스러운데 그래서 더 끌리고, 상투적인데 그래서 더 정겹다. 밀레니얼 세대는 겪어보지도 않은 과거에 것들에 이해할 수 없는 향수를 느낀다. 우리 마음속의 근원적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음악과 영상이 앞으로 꽤 오랫동안 인기를 끌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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