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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하실주인 Aug 20. 2020

혼자가 싫어서..

함께이길 바라다가..

도서실에서 일하는 수용자 Y가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평소보다 서두른다 싶더니 아침 업무를 30분이나 일찍 끝마쳤다. 쭈뼛쭈뼛 멋쩍게 앉아 슬슬 내 눈치를 보더니 불쑥 부탁을 했다. 오늘 독거실에서 혼거실로 거실을 옮겨야 하는데 동행할 직원이 부족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하루라도 빨리 옮기고 싶은 마음에 동행 계호를 부탁하고자 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수용자들이 어떻게든 혼거실을 탈출해 독거실을 사용하길 바라는데 Y는 반대였다. 이십 대 초반의 젊은 나이어서 그런지 폐방 후부터 좁은 방 안에 혼자 있는 게 너무 답답하고 시간이 안 간다고 했다. 어느덧 혼잣말을 하고 있고 그런 빈도가 늘다 보니 스스로 위험하다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이랑 같이 지내는 게 나을 것 같다 했다.


사실 Y도 미결(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 미지정(출역 전 대기 상태) 일 때 혼거 생활해봐서 잘 알 텐데, 어렵게 들어간 독거실을 왜 나오려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운영지원과로 출역 중인 수용자들, 특히 비슷한 또래 수용자들끼리 같은 혼거실을 쓰는 경우가 꽤 있었다. 이들이 밤마다 수다 떨고 하는 모습이 부러워 보였을까. 그들이 공유하는 대화에 끼어들지 못하는 자신이 어느덧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Y가 미결일 때는 할아버지들과, 미지정일 때는 나이 많은 아저씨들과 함께였다고 하긴 했었다.


어쨌거나 이미 결정 난 상황에서 내가 가타부타할 말은 없었다. 나는 Y와 함께 도서실 출역 중인 수용장 B와 P를 데리고 Y의 거실로 향했다. (교도소에서는 수용자가 수용동이나 출역 중인 공장, 공과를 벗어날 때는 반드시 직원이 따라붙는다. 마찬가지로 직원 없이 수용자끼리 각 공과에 남아 있을 수도 없다.) 졸지에 B와 P가 Y의 이사를 돕게 됐다. 이걸 노리고 아침 일찍 일을 끝마친 거 아니냐는 B와 P의 볼멘소리에도 Y는 아랑곳하지 않고  짐을 쌓고 푸는데 집중했다. 또래 수용자들과 같이 생활할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되나 보다.


딱 하루가 지났다. Y는 하루 만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본인의 표현에 따르면 폐방 후 거실에 들어서고 15분 만에 후회했다고 한다. 쉬고 싶은데 말 많은 수용자가 자꾸 귀찮게 말을 걸었고, 화장실은 하나뿐인데 대여섯 명이 쓸려니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고, 게다 지저분하기까지 했고, 개인 시간을 가질 수도 없고....... 15분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다시 독거실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알아봐야겠다고는 하나 본인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수용자가 원한다고 해서 전방이 쉽게 이루어지진 않는다. 먼저 소속 팀장과 고충 상담을 해야 하고, 배방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수용자 공범관계 등을 깊게 따져보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리고 혼거실에서 생활하다 독거실을 사용할 자격조건이 주어진 수용자부터 순차적으로 독거실을 배정받는다. 지금처럼 전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의심증상만으로도 타 수용자와 격리 하기에 독거실이 하나라도 아쉬운 판국에 스스로 독거실을 헌납하니 비교적 빠르게 전방이 된 것이다.


독거실과 혼거실, 어쩐지 내게는 상징처럼 다가왔다. 독거실이 자유로움과 외로움을 나타낸다면 혼거실은 유대감이자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표상이다. 혼자인 생활에 만족해하면서도 언제부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온다. 사람이 그리워 유대감을 쌓아 어울리는 생활에 만족해하면서도, 내 맘과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 다시 자유를 찾곤 한다.


Y는 자유를 찾지 못했고, 자유를 얻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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