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살다] 비타민 D가 필요한 계절...
두 번째로 맞이하는 뉴욕의 겨울은 지난해보다 따뜻하지만 여전히 흐린 날들의 연속이다. 평소에도 낮 시간에는 주로 사무실에 있는 터라 햇볕을 보기 힘들고 화초처럼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다인데 그마저도 계속 흐려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쉬는 날에도 집에서 거의 요양을 하듯 움직임을 최소화한 상태로 시간을 보낸다. 하필이면 내가 다니던 동네 피트니스가 망하는 바람에 마땅히 실내에서 운동을 할 곳이 마땅치 않아졌다. 이 찌뿌둥한 상태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럴 때 필요하다고 언젠가 m이 말해줬던 생각이 나서...
우선 비타민 D를 샀다.
매일 흐린 터라... 그나마 뚱뚱한 비행기의 하늘색으로 눈의 답답함을 달래 보기도 하는데 매일매일 떠나보내는 비행기를 보면 당장 타고 한국으로 가고 싶다가도 또 언젠가 정말 여기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갈 때 타야 할 비행기라 그런지 그 시간을 좀 더 미뤄두고 싶기도 하다. 제주도가 제2의 고향이라면 뉴욕도 이제 제3의 고향쯤...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오히려 제주도는 1년간 여행을 했던 기분이라면 뉴욕은 정말 살아가고 있는 느낌이 더 짙다. 매일 지나가는 길, 매일 출근길에 보이는 공항 카운터, 사무실 내 책상 너무도 익숙한데 점점 낯선 기분이 들까 봐 기분이 이상하다.
이렇게 흐린 와중에도 어쩌다 잠시 파란 하늘이 나타날 때가 있다. 잠시 추워도 좋으니 겨울답게 확 춥고 얼른 지금의 계절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한 달에 맑은 날이 채 열흘도 안 되는 것 같다. 비타민 D를 먹으며 꾸역꾸역 버텨볼 테니 얼른 꽃이 피는 봄이 오면 좋겠다.
2020. 02. 12 비 내리는 영동... 아니 뉴욕에서
- 그래도 눈이 아니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