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밝았다. 유달리 유난떨지 않고 맞이하는 새해인것 같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수록, 그것이 되려 부담이 되어 마음을 짓누른다.
그래서 올해는 그런 의식(?)을 치르지 않기로 했다.
한편으론 하루하루 정말 최선을 다해 살고 있기에,
그저 올해도 지금처럼 살 수 있기를 건강하게 또 한 해를 지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다.
그래서 여느 주말 아침과 다를 바 없이,
아침에 일어나 따뜻한 차를 마시고 빵을 굽고 같이 곁들일 커피를 내렸다.
대신 오늘은 책 말고 그동안 구독만 하고 잘 읽지 못했던 '시사인'이라는 주간지를 오랜만에 읽어볼까 해서 펼쳤다.
2021년의 주요 사건과 이슈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사진과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사실은 그 사건들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읽을수록, '아.. 내가 정말 너무 나만 생각하면서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라마라섬이 20~30년 안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도,
변희수 하사와 이 중사의 죽음 뒤 가족들의 헤아릴 수 없는 상실감과 그 상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도,
코로나19로 인해 가게가 어려워지자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염치를 지키려고 한 맥줏집 사장님의 이야기도..
단신으로만 읽었던 한 줄의 기사 뒤에는 내가 몰랐던 것들이 너무 많았다.
'작년에 나는 왜 이렇게 무관심했을까..' 처음에는 스스로가 너무 창피했다.
그런데 다 읽고 생각해보니 창피할 일이 아니라,
이제서야 겨우, 내 마음이 나 스스로가 아니라 주변에 눈을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겐 참으로, 다사다난한 2021년이었다.
상반기에는 참여했던 작품이 큰 상을 탔고, 그 덕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과분한 평가와 축하를 받았다.
함께한 이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다. 여전히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마음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정말 부단히 애를 썼다.
하반기에는 6년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다. 또다시 큰 도전이다. 책임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그동안 나에게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나를 최선을 다해 돌보지 않았다면 일이든 일상에서든 나는 무너졌을 것이다.
열심히 명상도 했고, 운동도 했고, 캠핑도 도전해봤고, 주말마다 반신욕도 해보고, 책도 많이 읽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온전히 나의 하루로 잘 지내보려고 애써왔던 날들이었다.
일상에서의 이런 노력들은 나 자신을 더욱 소중히 하는 습관이 됐다.
그게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걱정과 스트레스에 허우적대는 날들이 줄어갔다.
그래서, 이제서야 나 이외의 주변을 둘러볼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유시민 작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이렇게 말했다.
"연대에 참여하는 것은 일, 놀이, 사랑과 함께 의미있고 기쁜 삶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이다.
이것 없이는 삶을 완성할 수도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도 없다고 나는 믿는다."
작년엔 글을 쓰지 못했다. 아니, 쓰지 않았다가 맞겠다.
새해의 마음가짐으로 이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도 연대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2022년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