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야, 네가 지금 얼마나 떨릴지는 짐작하고도 남아.
나도 그때, 그러했으니까.
나는 본래 신을 믿지 않아 종교가 없지만, 그 때만큼은 신이 있었으면 했고, 그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단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집은 시골이라 주변엔 가까운 절도, 교회도 없었어. 그래서 난 동네 뒷산에 올라 산신령님께 합격을 기도하기로 했었지.
그렇게 합격 발표 2시간 전에 등산을 해서 산 정상에서 합격 발표를 기다렸단다. 신령님께 합격을 기원하며...
산 위에서 바라본 여수는 아름다웠었지. 바다도 보였고 말이야. 바다가 보이길래 나는 산신령님 뿐만 아니라 용왕님께도 합격을 기원했었어.
그리고 지금 나는, 너의 합격을 기원하고 있어.
근처에 산도 없고, 바다도 없어 신령님과 용왕님께 기원드리진 못하지만, 회사 가는 길에 큰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있어 나무의 정령에게 기원했단다.
너는 반드시 합격할 것이고, 나는 너만을 위한 OO감정평가법인 사전설명회를 개최할거야.
언제나 너의 편인 김평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