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조각투자에 관하여
최근 STO(Security Token Offering) 제도의 자본시장법 편입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 가격 급등기에는 부동산 조각투자가 큰 관심을 받았고, 이 두 흐름은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투자 구조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STO란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나 권리를 증권형 토큰의 형태로 발행·유통하는 제도다. 이는 최근 등장한 다양한 권리의 증권화를 가능하게 하며, 전통적 자산시장과 디지털 금융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조각투자 역시 대규모 자본이 필요했던 부동산 투자를 소액 공모 방식으로 가능하게 하여, 투자자가 지분에 비례한 수익을 배당받는 새로운 투자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는 부동산 유동화 측면에서 리츠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행 부동산 조각투자는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흔히 말하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원칙에 비추어 보면, 부동산 조각투자는 여러 계란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단단한 타조알 하나를 파는 방식에 가깝다. 즉, 개별 자산의 안정성은 강조되지만 포트폴리오 효과에 따른 위험 분산은 거의 없다.
이를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주식시장에는 ETF라는 투자 방식이 존재하며, 이는 지수나 산업·테마별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위험을 낮추면서도 시장 수익을 추구한다. 반면, 현재의 부동산 조각투자 시장은 이러한 분산 구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필자는 부동산 조각투자 역시 주식의 ETF와 유사하게 테마 기반 포트폴리오 투자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지역 단위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 유력한 대안이다.
이 경우 투자자는 특정 건물 하나에 투자하는 대신, ‘가로수길’, ‘강남대로’, ‘홍대 쇼핑거리’, ‘이태원’과 같은 직관적인 지역 단위에 투자할 수 있다. 충분한 연구와 모델링, 위험 관리가 전제된다면, 이러한 지역 단위 투자는 개별 건물 투자보다 오히려 이해하기 쉽고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지역 단위 투자는 투자자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임차인에게도 유리하다. 기존 상가 임차인들은 지역의 성장과 성숙에 따른 자본 수익을 직접적으로 공유할 수단이 거의 없었고, 그 효과는 제한적으로 권리금에 반영될 뿐이었다.
그러나 지역 단위 조각투자가 가능해지면, 임차인은 소액 투자로 지역 펀드에 참여해 지역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권리금을 지역 펀드 지분으로 전환한다면, 권리금은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이는 젠트리피케이션 완화 수단으로도 기능할 수 있다.
지역 단위 투자 구조는 감정평가 시장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회사는 개별 부동산의 완전 소유권이 아니라 지분만 보유해도 된다. 예컨대, 한 건물의 자금 조달 구조가 자기자본, 담보대출, 지역 조각투자로 다원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은행의 담보평가 의뢰와, 지역 단위 투자회사의 자산 재평가 의뢰가 병존하게 되며, 감정평가 수요 역시 확대된다. 즉, 지역 단위 조각투자는 감정평가업계의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조각투자 시장의 향방은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만약 기업금융에서의 자본구조 이론처럼, 부동산 시장의 자본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하나의 이론적·제도적 전환점이 등장한다면, 조각투자 시장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부동산업계 전체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STO와 부동산 조각투자의 결합은 그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단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