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파로야구 Dec 13. 2022

구경거리

감정평가와 프롭테크에 관하여

감정평가 실무상 가치(value)와 가격(price) 구분하지 않지만, 이론상 양자는 다르다.


일단 사전적 정의로, 가치(경제적 가치)란  재화가 가진 미래 효용을 현재가치화한 값의 합을 말하고, 가격은 시장에서 실제 지불된 금액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A가 치킨이 너무 먹고 싶지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A는 현재 치킨 가격보다 현금 500원이 부족하다. A는 집안 곳곳을 뒤져 마침내 그의 아버지 서재에 널부러져 있던 500원짜리를 주워 치킨을 사먹었다. A의 아버지는 동전 수집가셨지만, 늘 중요한 동전은 앨범에 넣어 책장에 꽃아 두셨다. 그렇기 때문에 A는 알지 못했다. 그 500원짜리 동전이 100만원의 가치가 있었다는 것을.


1998년도는 IMF 직후라 500원 짜리의 발행이 매우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1998년도에 생산된 500원은 그 가치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위 이야기에서 그 500원은 시장에서 500원의 가격으로 지불되었다. 대상물건에 정통하지 못한 A가 거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조금 극단적인 예시였지만, 이 일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가치는 추상적 추정이고, 합리적이며, 포괄적이라는 것. 그리고 가격은 구체적 현상이고, 양면적(합리적이기도 하고 경제주체에 따라 모순적이기도 하다.)이며, 또한 개별적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학의 가치이론과 감정평가 실무상 가치 정의를 들여다 보자. 현대의 가치이론에서 경제적 가치란 통상 어빙피셔의 가치를 말한다. 바로 "대상물건에 기대되는 장래 효용의 현가합"이다. 그리고 감정평가 업계에서는 시장가치라는 용어로 가치가 설명된다. 시장가치란 "대상물건이 통상적인 시장에서 충분한 기간 동안 공개된 후 대상물건의 내용에 정통한 당사자 사이에 신중하고 자발적인 거래가 있을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대상물건의 가액"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 기술의 발달은 가치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예컨대, 프롭테크 기업들은 가치를 장래 기대 효용의 현가합이 아닌, 가격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산출되는 "가격이 수렴하는 지점"으로 보고 있.


많은 평가사들이 가격이 가치에 수렴한다는 의견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실무상 부동산 가격의 수렴점을 구체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감정평가 실무에선 어빙피셔의 가치이론을 구체화 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감정평가사의 전문성을 통해 보정하는 방법으로 감정평가가 진행되어 왔다.


어빙 피셔의 가치 정의를 실무상 구체화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은 장래 기대 효용을 산정하고 이를 현재가치로 바꾸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감정평가사들은 시장의 추세를 연장하는 방법으로 물건이 가진 장래 기대 효용을 추정해 왔다. 우선, 미래 시장의 상황이 현재 추세와 비슷하다고 전제하고,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평가사의 전문성과 통계적 방법으로 보정하여 장래 기대효용을 추정한다. 그리고 미래의 불안정성을 반영하여 물건의 장래 기대 효용을 할인한 값의 총합으로 가치를 평가해 왔다.


이러한 방법은 지금까지 효과적으로 유용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한동안 효과적일 거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추세연장을 통해 장래 기대 효용을 산정해서 이를 현재가치화 하는 방법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바로 시장 변화는 거대한 시장 추세로만 설명될 수 없다는 점과, 이러한 확실성하에서의 분석이 평가사의 전문성으로 충분히 보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그것다. 


그렇다면 빅데이터에 의한 가치 추정은 어떤가? 빅데이터에 의한 가치 추정 역시 그 근본은 감정평가 이론과 유사하다. 다만, 현재 실무상 적용되는 감정평가 방법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가치 평가는 모두 가격이라는 과거의 값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빅데이터에 의한 가치추정에서는 인간이 감각적으로 보정할 수 없는 수학적 인과의 논리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과 불확실성하에서의 분석(확률적 분석)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다르다.


현재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가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은 비싼 물건이기 때문에 매매가 빈번하지 않다. 더군다나 개별성까지 강하고, 부동산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치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 즉, 실거래가 데이터는 사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하기에 충분한 양의 데이터가 아니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재 주택 임대차 계약 신고제를 도입 중에 있다. 그리고 주택 임대차 신고제에 의해 수집된 데이터는 빅데이터의 범주다. 더군다나 임대차는 현재 데이터가 부족해 프롭테크가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는 수익의 관점이라는 점에서 재미있다. 물론 주택 임대차의 경우 사람마다 정부 정책에 따른 대출, 금융신분에 큰 차이가 있어 수익성의 반영이 곤란한 면도 있다. 그래도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 된다면 이는 어느정도 빅데이터 분석에 의해 추정되는 가치의 신뢰성과 정확도를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감정평가사에 의한 가치 평가, 그리고 빅데이터 분석에 의한 가치 추정. 앞으로 양자 중 어느것이 더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는 그야말로 구경거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