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주택, 착한 가격

토지공개념과 반값주택에 관하여

by 양파로야구

토지는 분명 실물로 존재하지만, 사회에서는 개념으로 인식된다. 같은 땅이라도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는 전혀 달라진다. 감정평가의 관점에서 보면, 토지의 물리적 속성보다도 토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토지 가치를 움직이는 핵심 요인이다.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 국면은 이러한 인식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벼락거지’ 같은 유행어에는 토지 경제에 대한 좌절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토지를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으로 정부가 제시한 해법이 바로 토지임대부 주택, 이른바 ‘반값주택’이다. 반값주택은 토지를 공공재로 간주하고, 주택을 분양할 때 토지를 제외한 건물만을 분양하는 방식이다.


물론 토지를 공공재로 인식하려는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토지 공개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관인 능력주의와 자본주의의 틀 속에서 토지 공개념은 언제나 불편한 개념으로 남아왔다.


능력주의의 관점에서 토지 공개념을 수용하려면, 토지 개발의 결과물에서 토지의 내재적 공적 가치와 지주의 능력·노력에 의해 창출된 가치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둘을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결과 토지 공개념은 자칫 토지 개발 과정에서 지주의 판단과 위험 부담, 노력 자체를 전면 부정하는 논리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자본주의의 관점에서도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토지 공개념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토지가 다른 재화와 달리 소유권을 강하게 제한할 만큼 특별한 공공성을 지닌다는 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분단국가라는 역사적 배경과 이념 대립의 기억 속에서, 토지 소유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은 쉽게 정치적·이념적 논쟁으로 비화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토지 공개념은 필요성이 인식되면서도 논의 자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 공개념에 대한 논의는 피할 수 없다. 주택가격 상승의 본질은 건물 가격이 아니라 토지 가격의 상승에 있기 때문이다. 토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그 상승분을 사회적으로 조정하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제안한 반값주택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실험이다.


물론 반값주택에는 분명한 불만 요소도 존재한다. 토지 가치 상승분을 전유할 수 없는 대신, 반값주택 소유자는 거주 기간 동안 토지 가치 상승에 비례한 토지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반값주택 소유자 역시 해당 지역의 주민으로서 생산과 소비에 참여하고, 지역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토지 가치 상승의 분배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일면 불합리해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반값주택의 대지권으로 설정되는 지상권의 시세 차익이 그것이다. 대지권이란 구분건물을 소유하기 위해 해당 토지에 대해 가지는 권리를 말하며, 구분건물의 소유권은 대지권과 분리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대지권은 토지 소유권이지만, 반값주택에서는 그 대지권이 지상권의 형태를 띤다.


소유권은 처분 권능과 사용·수익 권능으로 나뉘는데, 지상권은 토지 소유권 중 사용·수익 권능을 승계한 권리다. 즉, 지상권은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자 경제적 가치를 지닌 권리다. 이론적으로 반값주택 소유자는 토지 가치 상승에 비례해 지상권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일정한 시세 차익을 향유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LH 환매 조건을 폐지한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며, 이러한 구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반값주택 역시 과거 로또 분양 등 투기적 가격 형성의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는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공급 규모와 빈도가 시장의 가격 기준점으로 작동하기에 부족했던 데서 비롯된 문제다. 반값주택의 형평성 논란은 제도의 결함이라기보다 정책의 스케일과 지속성의 문제에 가깝다. 반값주택이 실질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토지임대료를 재원으로 삼아 추가 부지를 매입하고 다시 반값주택을 공급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지금의 집값은 지나치게 왜곡되어 있다. 주택 소유자는 가격 하락을 두려워하고, 무주택자는 내 집 마련을 포기한다. 주거는 인간의 필수 조건이기에, 집값은 ‘착해야’ 한다. 그렇다면 착한 가격이란 무엇인가.


과거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착한 가격의 기준을 제시하려 했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는 개발이익을 토지 가치에 포함해 가격을 책정한다는 한계가 있고, 분양 시점을 늦춰 토지 가치가 충분히 성숙한 뒤 평가하는 후분양제 같은 우회 전략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분양가 상한제는 착한 가격의 기준으로 기능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가 제시한 반값주택은, 착한 주택 가격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결국 우리가 토지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그리고 그 인식의 변화를 어디까지 사회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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