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뢰침

주택 시세 차익의 공정한 재분배

by 양파로야구

나는 ‘벼락’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벼락부자나 벼락거지 같은 말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10여 년간 서울의 주택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는 과정에서 등장한 ‘벼락거지’라는 표현은, 내 집 마련에 실패한 다수의 전월세 거주자들을 조롱하는 언어로 기능해 왔다. 이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실패가 사회적 언어로 표출된 결과다.


부동산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이유로 흔히 정보의 비대칭이 거론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그 이전에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주택의 가격 상승으로 발생하는 시세 차익이 극히 제한된 주체에게만 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월세 거주자는 주택에 실제로 거주하며 해당 주택을 주택으로서 최유효이용 상태로 유지하고, 인근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지역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주 행위 그 자체가 갖는 가치,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여는 사회적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요컨대 전월세 거주자는 주택 가격 상승의 과정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는 흔히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 논리로 정당화된다. 주택 소유자는 자본을 투입하고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전유할 정당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주택 가격 하락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전월세 거주자가 시세 차익을 배분받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까. 그러나 이 전제는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깡통전세’라는 현상은 전월세 거주자 역시 주택 가격 하락에 따른 자본 상실 위험을 부담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전월세 보증금은 계약상 반드시 돌려받아야 할 돈이지만,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그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에 노출된다. 이는 주택 소유자가 부담하는 손실과는 다른 형태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위험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부분적 손실이 아니라 전액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다.


그럼에도 사회는 깡통전세의 책임을 대부분 전월세 거주자 개인에게 전가해 왔다. 계약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거나,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문제를 개인의 선택과 판단으로 축소할 뿐, 왜 이러한 위험이 구조적으로 반복되는지, 왜 전월세 거주자가 이처럼 취약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 전월세 거주자가 부담하는 자본 상실 위험을 체계적으로 외면한 채, 시세 차익에 대한 권리만을 부정하는 현재의 논리는 일관적이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나는 전월세 거주자 역시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해 일정 부분 배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도덕적 호소라기보다, 주택 가격 형성 과정에 대한 기여와 위험 부담을 보다 정합적으로 재구성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물론 이 당위성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더라도, 내가 제안하는 정책은 충분히 논의 가능한 형태를 갖는다.


그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전월세 계약을 체결할 때, 임대인과 임차인이 자발적으로 합의하여 거주 기간에 따라 주택 가격 상승의 일부를 배분받을 수 있다는 조건을 계약서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는 개별 주택의 시세 차익을 그대로 나누는 방식이 아니다. 같은 두 배의 가격 상승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절대적인 금액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개별 주택 단위의 비례 배분은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시세 차익은 이러한 계약이 체결된 주택에 한해 정부가 수취하여 하나의 기금으로 조성하고, 전월세 거주자가 향후 주택을 구입할 때 거주 기간과 지역의 지가 상승률 등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조금 형태로 환급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택 소유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예컨대 주택 가격 하락 시에는 동일한 기금에서 일정 부분 보조금을 지급하는 구조를 병행한다면, 전월세 거주자가 부담하는 간접적 위험과 주택 소유자가 부담하는 직접적 위험을 제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거주자는 여전히 가격 하락의 직접적 책임을 지지 않지만, 주택 소유자는 가격 상승의 전유권을 일부 조정하는 대신 하락 위험에 대한 완충 장치를 확보하게 된다.


시장 논리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러한 계약 방식은 비현실적이지 않다. 동일한 조건의 전월세 매물 중에서, 향후 주택 구입 시 시세 차익 기여분을 돌려받을 수 있는 계약이 있다면 전월세 거주자의 선택은 명확하다. 이러한 수요가 형성되고, 정책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공급 역시 점진적으로 따라올 가능성이 높다. 나는 거주 행위가 갖는 내재적 가치가 단기적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협상력보다 결코 작지 않다고 믿는다.


결국 이 정책을 통해 내가 기대하는 것은 세 가지다. 주택 시장의 버블이 붕괴될 때 그 충격을 보다 완만하게 분산시키는 것, 거주 행위와 거주권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기여라는 합의를 형성하는 것, 그리고 내 집 마련이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청년 세대에게 최소한의 위로와 제도적 배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제안이 당장 현실이 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벼락거지’라는 말이 더 이상 당연하게 사용되지 않는 사회를 향한 하나의 피뢰침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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