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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선생 Dec 08. 2019

30대 남자가 차 없으면 안 되나요?

“조 선생님. 이번에 차 바꾸셨다면서요? 뭘로 바꿨어요?”


옆 교무실에서 놀러 온 선생님에게 질문이 시작된다.

“선생님은 진짜 좋겠다. 벤츠로 바꾸신 건 아니죠?”


농담은 농담으로 받는 게 정석. 조 선생님도 웃으며 답을 한다.


“에이. 돈 있어서 바꾼 거 아니야. 차가 하도 고장이 많아서 빚내서 바꿨어.”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듣는 둥 마는 둥 내 모니터에 집중한다. 하지만 주제가 선정된 이상 질문은 피할 수가 없다.

“B선생님은 차 안 사? 얼마나 부자 되려고 그렇게 아끼는 거야. 와이프가 차 사자고 안 해?”


나 역시 농담으로 받을 수밖에.


“에이. 선생님. 차는 무슨 차예요. 저 아시잖아요.
빚 엄청 많은 거.
저 신발 닳을까 봐 보폭도 최대한 크게 걸어요.”


다들 한바탕 웃고 다른 화제로 대화가 넘어간다.


자동차.


삼십 대 중반인 나는 아직 차가 없다. ‘아직’이라고 적었지만 앞으로도 특별히 살 계획은 없다. 대단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대중교통에 익숙하고, 운전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 뿐이다. 가끔 만원 지하철에 숨 막힐 때도 있지만 운전을 해도 도로 위 교통체증에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서울에 사는 내가 차가 없어 불편할 때는 오직 단 한순간뿐이다.


“B쌤은 왜 차 안 사?”


이 질문을 받을 때이다.


왜 다들 30대 직장인 남자라면 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10대에 좋은 신발을 사고, 20대에 꽤 값나가는 정장 한 벌을 장만하고, 30대에는 중형차 한 대 정도는 몰아야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안 샀을 때 얻는 효율성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차를 사지 않아 매달 50만 원을 절약한다면 어떤 이는 차를 몰며 그 이상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가끔 물어보고 싶다. 나는 당신에게 “왜 차를 몰고 다니세요.”라고 묻지 않는데, 왜 당신은 내가 차를 사야 한다고 역설하지는 지를 말이다.


사회가 성숙해가면서 우리는 나쁜 질문이 무엇인지를 배워간다.


“어느 대학 나오셨어요?”
“직업은 뭐예요?”
“결혼은 왜 안 하세요?”
“아이 계획은 있어요?”


관계에 따라 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조심해야 함을 우리는 받아들인다.


“차는 왜 안 사세요?”


위의 네 가지 질문과 이 물음은 얼마나 다른가. 개인의 공간 속으로 갑자기 타인이 뛰어든다. 너무 평범한 질문이라 당연히 답을 할 거라 기대한다. 질문을 받은 이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 구구절절히 설명해야 할 부담을 떠안는다. 공정하지 않다.

‘엄청 예민하게 구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으며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세상엔 무던한 사람들만 있지 않음을 ‘무던한 사람들’이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그들의 무던함을 존중하듯, 그들도 나를 무던함의 틀 속에 맞추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과 다른 작은 선택도 그대로 존중하는 사회에서 더 많은 자유가 숨 쉴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장황한 글이 A 선생님의 물음에 답이 됐으면...


“선생님. 차 사고 안 사고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대나무 숲에 한 번 크게 외쳤으니, 다시 학교에서는 생글생글 웃으며 답해야지.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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